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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n 16. 2024

전자기기 사형선고

볼빨간 삿춘기 

느지막이 일어나 소시지야채볶음과 스크램블 에그, 어제 푹 끓여놔서 풀어질 대로 풀어져 호로록 넘어가는 소고기 미역국에 밥을 먹고 이제 하루 일과 시작 하기 직전 게임은 필수지. 


"소시지가 이상한데? 왜 안 짭짤하지?"


와... 미슐랭이니? 닭가슴살 소시지를 바로 알아챈다. 


"한번 물에 데쳐서 짠기가 빠졌나? 맛있던데 먹어봐."


입에도 안 댄다. 맛없다 이거지. 평소 좋아하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더니 이내 일어나서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컴퓨터 앞으로 직진해 버린다. 



"엄마 컴퓨터 고장 내려면 성의가 있어야지. 성의가 없어. 코드 뽑아놨으면 숨겨놓던지."

"성의가 없었어? 이런."


어이가 없네 이제는 뭐 엄마가 장치해 놓은 이런 덫쯤은 귀엽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는데 코웃음이 나온다. 


"어 근데 왜 안 되지? 이상하다."


'이 자식아, 내가 모니터 연결 코드 뽑아놨으니까 그렇지.' 새벽에 몰래 일어나서 컴퓨터 할 까봐 자기 전에 전자기기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다. 

아이가 아이패드로 너무 딴짓을 해서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버리고 아빠가 일본에 가져갔다고 둘러댔다. 적어도 컴퓨터는 전원 켜고 해당되는 곳 찾아서 로그인해야 하고 오픈된 공간에서 엄마 앞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패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심적으로 부담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와!!! 찾았다. 역시 난 천재야."


천재가 컴퓨터 중독되냐? 보물찾기 하듯이 여기저기 코드 꼽아보더니 컴퓨터 전원 연결에 성공하고 괴성을 지른다. 

주말이니 한 게임하며 시작하고 싶겠지.


"오오오오!!! 오오오오!!! 막뽑에 좋은 거 떴어!!! ㅇ오오오 오운 겁나 좋아. 어제 운 겁나 안 좋았는데."

"막뽑이 모야?"

"마지막 뽑기."


넌 좋은 거 뽑아서 좋겠다. 난 자식 뽑기 운 하드코어로 뽑아서 지금 죽을 맛인데.  


공포게임을 하는데 창가에 둔 컴퓨터 모니터가 밝아서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침부터 커튼치고 공포게임 하는 너란 녀석을 어찌할꼬. 


지금은 귀여운 때라던데 중2병 세게 온 친구아들램은 어제 무단결석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속이 타들어간다고. 남에 일이 아니기에 대체 어디 갔었는지 물었다. 가출이나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상상까지 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집에서 처자고 있었단다. 야심한 밤까지 몰래 폰 하고 놀다가 못 일어난 것이다. 부모님이 일찍 출근하셔서 못 일어나고 낮 2시까지 잤다고 한다. 다행이라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아이가 무기력하고 학원도 자주 빠져서 학원도 죄다 끊어버리겠다고 친구가 상심이 커 보였다. 우리 집의 미래에 닥칠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서 심란하다. 


후님은 아직 학원은 잘 다녀주는데 오답이 많아서 그렇지. 오답귀신 후가 사춘기 씨게 얻어맞아서 진화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답으로 가려나. 이런저런 생각해 보니 무답이 맞다. 답이 없다. 

넓게 끌어안고 옆에서 지켜봐 주는 수밖에 없지. 아들아 너무 멀리는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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