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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May 30. 2024

화난표정으로 무섭게

볼빨간 삿춘기

엄마 1분만 아냐 30초면 되 엄마 나 이것만 깨고 보스전이란 말야.


점점 내 표정은 일그러지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힘을 줘서 입술이 입안으로 말린다. 콧평수는 커지고 이마에 주름살이 잡히며 미간에는 내천자가 그려진다. 수십번 수백번 같은 표정으로 노려보지만 좀처럼 바뀔 기미가 없다.

끈임없이 협상하려 들고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숙제전에 실랑이는 필수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니 공부 니가하는 거지 엄마는 상관없다.'

'그 딴 식으로 살면 사회에서 밑바닥일 밖에 못한다. '

비난 일조로 말이 공격적으로 나가면 그때서야 듣는척 하다가 다시 1초만 이지랄 한다.

말로 설득 포기하고 회초리 찾아 헤매는척을 하면 그때 서는 더 큰 움찔로 보다가 결국 리모콘을 뺏어 들어야  힐끈거리며 눈치보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이것이 나를 무시하나? 내 말이 똥같이 들리나? 내말이 말같지 않은가 싶어서 부화가 치민다.

다음 스텝은 최후의 자존심 겨루기에 들어간다. 우리말 겨루기도 아니고 참~나 퀴즈프로그램 즐겨본 댓가인가? 싶게 아이랑 공부 시작할때마다 하는 겨루기는 너무나 불쾌하고 치가 떨린다.


"숙제하기 그렇게 싫어? 그래 그러면 너가 하고싶은거 찾아봐 도와줄께. "

"난 게임 이지."

"......"

"게임도 아무나 하니?"

"게임도 프로그램짜고 코딩하고 스토리 입히고 영상 및 음향 밸런스 조절 머리 대빵 좋아야해. "

"난 머리 나쁘니까 못하겠네? "


아이가 자학모드를 시작한다. 이때 말리면 안된다.

이때 자칫 말리면 난 머리 나쁘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야. 안할꺼야 이렇게 가면 끝에는 두글자로 끝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두글자는 알다시피 파국


아... 짜증나지만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내 유전자 남편 유전자 반반 섞어서 세상에 원치도 않은데 내가 낳아놨으니 최대한 구슬려서 공부시켜야한다.


"그게 아니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는 기본이 필요하다는 거야. 힘들더라도 조금 노력해보자. "

꾹꾹 눌러가며 억지 웃음으로 입가가 부자연 스러워지지만

난 너를 지지하고 있어. 아니 지지하려고 노력하니까 조금만 봐줘. 라는 느낌으로 달랜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건 정말 정설이구나.

이정도 겨루기 한판 끝나면 꼭 먹을껄 찾는다.


"내가 아까산 달고나 스틱 어딨어?"

"그만먹고 그냥 숙제해."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비만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겨루기가 시작될 수도 있으니 참아야 한다.

"부엌 아일랜드바 위에 있어. "

아그작 아그작

입에 뭘 처넣으니 좀 얌전해 진다.

동물원 푸바오와 외모와 지능지수 느낌이 비슷해진다.


그래 너는 이런애였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공부 시작전에는 마냥 귀여웠던 기억이 가득하다. 잘웃고 잘먹고 재미나게 놀고 한순간도 지루해 하지 않고 놀잇감을 만들어 노는게 취미이자 특기인 아이였다.

초2겨울에 학군지로 이사오며 아이는 놀친구가 없다고 앵앵댔고 엄마는 보낼 학원이 없어서 난감했다. 학원 레벨테스트마다 처참한 수준이니 레벨테스트 보고 오는날에는 화가나서 별일 아닌일에도 심하게 혼나니 아이가 나중에는 레테를 극혐하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하루하루 무한반복되는 백룸을 여는 기분으로다가 공부를 시작하는 너의 뇌구조가 심히 궁금해진다.

적어도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매타령을 해가며 오바액션떨며 숙제를 시작시키려니 자괴감과 함께 극심한 피로감이 함께 밀려온다.


저 싸이코는 엄마랑 실갱이 했던 기억은 리셋되고 다시 문제에 몰입하며 이번에는 휘파람을 분다.

그러더니 등간지럽다고 등을 의자 뒤에 벅벅 비벼된다. 눈치는 있어서 엄마한테 등 긁어달라는 말은 못할터라 자구책을 찾은것이겠지만 하는 행동행동마다 마음에 안드니 너도 문제고 나도 문제고 큰문제이다.


멀리 일본 출장가서 관전모드이신 아버님이 원망스럽고 이런 내마음 몰라주는 아드님도 원망스럽고 큰전씨 작은전씨. 전씨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늙어가는 내가 제일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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