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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May 30. 2024

깨운 내가 잘 못이지.

볼빨간 삿춘기5

"일어나. 일어나야지. 해가 중천이야."

"아 5분만, 3분만."

"일어나. 학교 늦어. 아니 이미 늦었어."

"아이씨 짜증 나. 나 학교 안 갈 거야."

얼굴을 이불에 파묻어 버리며 두더지처럼 침대로 파고들어 간다.


그래, 아가땐 이 모습도 사랑스러웠었어. 넌 나의 하나뿐인 보물이거든. 그런데 사춘기에 들어선 너의 몸부림은 정말 짜증 그 잡채다. 그러니 어제 일찍 자랬지? 누가 게임하다 자래? 너 이런 식으로 살 거야?

고장 난 라디오야 넌 떠들어라 난 잠이나 퍼 잘란다. 아랑곳 안 하고 침대에서 죽은 것처럼 침을 흘리며 잔다. 리얼강적이다. 시큼한 침냄새까지 더하면 정말 왜 노숙자가 우리 아들 침대에서 자고 있나 싶다. 이럴라고 애를 낳은 게 아닌데. 아침부터 정신 쏙 빠지게 하고 겨우 일어나면 그다음 차례는 아침 식사이다. 학교 늦었는데 꼭 뭘 먹고 가야겠단다.


"엄마 아침 뭐야?"

'네가 왕이냐? 그냥 아무거나 처먹고 가지.'마음의 소리로 욕 한 바가지 하고 사회적 미소 재장착하고

"늦었잖아. 양치하고 세수하고 그냥 가."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세모나게 뜨곤

"싫어. 먹을 거야."

매우 마음에 안 들지만 아침부터 기분 나쁘면 학교에서 사고 칠까 봐 최대한 침착하게 어금니 꽉 깨물고 되묻는다.

"뭐 줄까?"

"프렌치토스트, 아 설탕 뿌리지 말고 설탕 따로 알지?"

'이 새끼는 꼭 시간 오래 걸리는 걸 달래. 내가 니 부하냐?' 슬 올라오려는 잔소리 꼬리를 잡아당기며 누른다.

"준비 다하고 와. 얼른 먹자."

 퉁퉁부은 눈, 분명 세수했다고 했는데 아직도 껴있는 눈곱에 더벅머리 머리까지 삼종세트 멋지다 내 아들! 여자애들이 보면 얼마나 더럽게 생각할까 싶어 걱정이 슬 올라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빨리 학교로 치우고 이너피스할 생각에 완성된 프렌치토스트에 아가베시럽 두 바퀴 재빨리 돌리고 아침식사를 대령해 준다.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니 미운마음이 누그러진다. 빨리 치우자 치우자 빨리. 학교님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를 미리 스캔하고 입을 옷을 추천해 주고 마지막 실내화 가방까지 쥐어주면 그다음엔 혼자 있을 수 있다. 사람 좋아하고 스트레스받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풀어버리는 나인데. 너는 나의 속성까지 바꿔버리는 강력한 재주가 있는 게 틀림없다. 아침을 마음에 드는 음식을 먹고 간 날이면 그나마 투덜대지 않고 등교한다. 너무 늦게 일어나 먹을 시간이 없이 그냥 등교해야 할라치면 엄마 밉다고 온몸으로 포효하며 인사도 안 하고 쌩 나가버린다. 성질을 버럭내고 나 간 날이면 내 기분도 썩 좋지 않다. 등굣길에 나에게 여러 통 연달아 문자를 보내온다.



짜증 나

진짜

학교 땡땡이칠 거임 ㅅㄱ

학교 선생님이 전화 하든 내 알빠 아닌데

엄마 같은 사람 만난 내 잘못이다

아휴 ㅉㅉ  


이게 미쳤나 싶다. 성질나면 할 말 안 할 말 못 가리네. 넌 하교하고 두고 보자. 문자 저렇게 보내놓고 등교하면 기분이 좀 풀리나? 내가 감정 쓰레기통역할이 확실하다.

하교하고 불러다 앉혔다. 이미 친구랑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자도 사 먹고 본인 기분은 다 풀고 왔다.


"잘 다녀왔니? 가방 내려놓고 이리 앉아봐."

"문자내용 뭐야? 엄마가 엄마인 게 싫다는 거야?"

"아침에 짜증 나서 그랬어."

"늦잠 자고 밥도 못 먹어서 불쾌한 건 알겠는데 할 말 못할 말 구분은 해야지. 그냥 니 기분을 표현하는 건 받아줄게. 그런데 패드립까지는 용납 안 돼. 너 진짜 별로인 사람 된 거야?"

"......."

"별로인 행동을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야. 이해해? 선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참아."

"엄마도 나 깨울 때 때렸잖아. 그거 싫었어."

"네가 하도 안 일어나니까 세게 깨운 거야."

"살살할 수 있잖아. 엄마도 나빠."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옷 찢어진 거 보상하라는 격이네. 지금 모 하자는 거야? 학교 늦을 까지 깨운 게 잘못이라는 거야?" 언성이 높아진다.

"엄마도 잘못이 있다는 거야."초등학생들의 논지를 흐리는 우기기 말꼬리 잡기에 말리면 답도 없는 걸 알기에 단칼로 자른다.

"사람이 잘못을 하면 인정하고 다음에 안 하도록 반성하고 노력하면 돼. 지금 행동 비겁했어. 문자내용도 심하고 잘못 없어?"

"잘못했어."

"다음엔 그러지 마. 간식 먹고 수학학원 가."


남에 자식들은 순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렇게 기싸움 말싸움하며 힘들까? 스스로 만든 비교지옥에 갇혀서 힘들어하다가 금쪽같은 내 새끼보단 낫잖아 이러며 정신승리로 하루하루 연맹한다.

자식을 키우는 건 정말 체력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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