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엄마 생일날, 작은 식탁 위에는 케이크 하나와 마트에서 급히 사온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방 안은 따뜻해 보였지만, 앉아 있는 세 사람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서연은 자취방에서 퇴근하자마자 달려왔다.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다른 손에는 영양제 한 박스를 들고.
본집에 도착해 애써 웃어보았지만 미소는 어색했다.
엄마 옆에 앉은 서윤은 들뜬 목소리로 “엄마, 축하해!”라며 촛불을 불었다. 엄마는 양쪽 딸을 번갈아 보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환하게 웃었다.
와인이 몇 잔 돌자, 엄마는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더니 서윤의 손을 덥석 잡고 뽀뽀를 했다.
“아유, 내 애기. 엄마 없으면 안 돼. 서윤이가 제일 속 썩여도, 그래도 제일 귀여워.”
서윤은 억지로 웃었지만 속은 무너졌다. 아픈 손가락은 나라고 말하면서, 진짜로 지켜보는 건 늘 언니잖아.
서연은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봤다. 의사가 말한 ‘차단’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웃는 엄마를 보면 끊어내는 게 정말 옳은 일인지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세 명이 이렇게 둘러앉아 웃으며 밥을 먹는 게 일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 참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잠깐의 웃음은 곧 언제나처럼 돈 얘기로 바뀌었다.
서윤이 등록금 얘기를 꺼내자,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여유가 있으면 해주지… 알잖아. 근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윤은 잔을 내려쳤다.
“다른 애들은 엄마 아빠가 등록금부터 유학까지 다 지원해주는데, 왜 나만 이래? 이럴 거면 왜 나를 낳았어?”
“뭐? 엄마가 무조건 안 해주겠다니? 그게 부모한테 할 소리야?”
“그냥 태어나지 말걸 그랬어. 이렇게 살 바에.”
‘촥.’
서윤의 오른쪽 뺨이 돌아갔다. 엄마의 손이 날아든 것이다.
“엄마… 엄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서윤은 뺨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엄마는 소파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흐으윽…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서연은 그 옆에서 숨을 삼켰다. 마치 부부 싸움에 끼어든 불청객처럼. 엄마와 서윤 사이에 자신이 낄 수 없을것 같았다. 딸이자 언니로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절망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서연은 엄마 옆에 앉지 못했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부엌 구석까지 퍼져 나오는데, 그 소음이 오히려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듯했다. 이유도 모른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우유 생크림 위에 딸기가 얹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빵집의 케이크였다. 오늘만큼은 웃을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