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커다란 유리문을 열자 카페 안으로 따뜻한 공기가 밀려왔다. 고소한 원두 향과 버터 냄새가 섞여 있었고, 스팀 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음이 음악과 겹쳐 어수선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창밖에는 비가 꾸준히 내리고 있었다. 얼룩처럼 남은 손자국 위로 빗방울이 흘러내려 흔적을 지우듯 흘렀다.
나는 늘 그렇듯 창문가에 앉았다. 이 자리에 앉아야 하루가 정리되는 것 같았다. 메뉴판을 오래 들여다보지만 결국은 아메리카노. 오늘은 비가 와서 따뜻한 걸로 바꾼 게 차이라면 차이였다. 잔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걸 바라보며 두 손으로 감싸 쥐자, 내 호흡과 창밖의 흐름이 맞아떨어졌다.
창문가 자리는 내게 작은 점괘 자리였다. 대단한 믿음은 아니고, 그저 스스로 하루를 달래는 방식이었다.
지난주 목요일에도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계획이 틀어져 지쳐 들어왔던 날,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커피를 마시는데 한 남자의 주머니에서 지갑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나는 얼떨결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지갑, 떨어뜨리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사례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돌아와 버렸다. 그 순간 괜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짧고 소소한 일이었지만 마음이 가벼워졌다. 쓰디쓴 커피 맛도 그 뒤로는 달콤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를 타려던 순간 이번에는 내가 지갑을 떨어뜨렸다. 뒤에서 학생이 다급히 불러 세웠다.
“아까 떨어뜨리셨어요.”
나는 놀라 지갑을 받아 들고 감사 인사를 했지만, 이미 버스가 도착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창가에 앉아 내려다보니 학생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고, 나도 창문 너머로 고개를 숙였다.
지갑 안에는 카드나 현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오래 간직한 사진과 짧은 쪽지였다. 그것만은 다시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낮에는 내가 누군가의 소중한 것을 지켜주었고, 밤에는 또 누군가가 내 소중한 것을 지켜주었다.
그날, 창문가 자리는 내게 분명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작은 친절은 사라지지 않고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