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높이만 있는 게 아니다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09 / 높이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높이 오르려고 한다. 높은 직책, 높은 연봉, 높은 인기, 높은 자리.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려고 뒤꿈치를 들고 뛰어다니다보니 급기야는 다리에 쥐가 난다. 쓰러지고 만다. 일어날 힘도 없다.


흙수저로 태어나 성공을 위해 죽어라 노력한 청년이 있다. 과외를 할 형편이 못되었지만 부모님 재력을 한탄하기 전에 알아서 공부를 더 했다. 친구도 최소한만 사귀었다. 시간을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친구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줄도 몰랐다. 관심도 없었으니까.

대학에 가서는 더 힘을 냈다. 장학금을 받아야하고, 고시원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하루가 24시간인지도 몰랐다. 어떤 날은 너무 바빠서 하루가 12시간인 줄 알았고, 어떤 날은 일을 아무리 해도 빨리 끝나지 않아 48시간인 줄 착각했다.


졸업하기도 전에 직장에 들어갔지만 일복이 터졌다. 아니, 자청한 부분이 많았다. 직장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남이 싫다는 일까지 도맡았던 것이다. 그 덕분에 신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야근은 일상이었다. 그래도 신이 났다. 이것만 잘 하면…. 동료들이 시기하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론칭에 성공했다. 상사들이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됐다, 싶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모든 게 미루어지고, 기대했던 결과는 허무하게 끝났다. 어느 날 아침 원룸의 좁은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그는 회사에 무단결근을 했다. 휴가, 월차, 반차 한 번 쓰지 않은 그가.

키보다 높은 못에 넥타이를 매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입사 축하로 엄마가 사준 넥타이.


너무나 흔한 이야기. 이 땅의 수많은 청년들이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고, 이렇게 절망하고 있다. 춤꾼 리아 킴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녀는 자기 인생이 쪽팔림의 연속이라고 했다. 제자가 심사하는 오디션에서 탈락한 적도 있다. 카드를 긁으면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는 시절을 오래 겪었다. 그래도 그녀는 춤에 매달렸다. 그 결과 이제는 유튜브 35억 뷰를 훌쩍 넘긴 지 오래다. 그녀에게 춤을 배우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아오는 젊은이가 많다고 한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높이가 아니라 넓이다.”

월 50만 원의 고시원에서 지낸 그녀. 그런 곳에서 뒤꿈치를 들고 살았을 그녀지만 남들과 달리 높이보다 넓이를 추구했다.

“자기 안의 에너지를 보라.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그 에너지를 즐겨라.”

미약한 에너지를 가지고 ‘버텨라’가 아니라 ‘즐기라’고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다. 그래. 슬픔조차도 즐기면 좋으리! 그게 바로 높이 아닌 넓이를 추구하는 방법일 터.

세상에 춤 잘 추는 사람들은 많고도 많다. 춤 잘 춘다는 건 이제 칭찬도 아니고 성공도 아니다. 자신만의 춤이 있어야 한다. 삶도 그렇다. 남의 성공을 부러워할 것도 없고, 닮은꼴의 성공을 추구할 것도 아니다. 오롯한 당신만의 삶. 그것이 진짜 성공이다.


혹시 이 시간 가족이 사준 넥타이를 들고 망연자실한 친구들이 있는가? 괜찮다, 괜찮다,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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