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10 / 실선의 삶, 점선의 삶
목표를 정하고 앞으로 죽죽 나가는 것을 ‘직선의 삶’이라고 한다면, 아직 다가가지 못한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와 현재의 어두운 그늘에서 머뭇거리는 삶. 그런 삶은 자꾸 절룩거리기 마련인데 이런 삶을 ‘점선의 삶’이라 부르고 싶다.
20대 중반의 청년. 외동이어서 이쁨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자라왔는데 그는 오히려 이게 괴롭다고 했다.
“걱정이 없으니 꿈을 가질 필요를 못 느꼈어요. 주변의 시선도 그렇고, 그냥 중간 정도만 하면서 살아야지 그런 생각으로 적당히 부끄럽지 않은 직업 갖는 게 목표였습니다.”
목표가 낮다 보니 성취감도 없고, 삶의 궤적은 점점 더 평균치(이런 말이 가능하지 모르지만)아래로 떨어졌다. 목표가 터무니없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낮은 것도 좋은 건 아니다. 이건 겸손도 아니다.
“삶을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부족한 게 없다 보니 절실함이 없어서 현재만 즐기고, 중요한 것들은 다 뒤로 미루며 산 거죠.”
재수를 한 후에 성적에 맞춰 적당히 들어간 대학. 낙제를 면할 정도로 적당히 공부하고 놀기만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괜찮은 게 아니었다.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깨달음은 좋았지만 깨달음에 맞설 자신이 없었던(그럴 힘이 없었던) 그는 인터넷 서핑, 야동, 게임, 드라마에 빠졌다. 사실 ‘빠진’ 것도 아니다. 그것들을 ‘스쳐지나’ 갔을 뿐. 조바심치면서도 시간만 보낸 것.
“알면 그만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점점 더 자극적인 걸로 갑니다. 연예인에게 악플도 달고, 욕설이 절반인 채팅을 하고, 정치인들을 씹어댑니다. 그런 날들을 이 년 넘게 해도 뭐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게 저주지 다른 게 저주입니까. 새벽에 벌게진 눈으로 잠을 청하면서 생각합니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였던 것 같다...’ 엉터리로 자신을 위로하는 거지요. 요즘 외로워요. 잠들기 전에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아요. 나, 미친 거 아니죠? 괜찮은 거지요?”
그는 상황을 알았고, 자신의 문제점은 물론 해결책도 알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질 기운이 없었다. 적당히 사느라 추진력을 잃은 것이리라.
개인적으로는 앞만 보고 흔들림 없이 똑바로, 실선 같이 사는 삶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눈 부릅뜨고 목표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는 굵은 실선의 삶은 왠지 인간답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더러는 흔들리고, 더러는 길 아래로 떨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도전해보는 게 더 신나는 삶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실선이냐, 점선이냐가 아니다. 깨지고 흔들리는 삶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것을 찾아서 그것을 보듬어 키우고, 키운 것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데까지 이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을까. 점선의 삶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점선에, 갈 지(之)자 행보를 하고 있더라도 희망을 놓지 말자.
참, 이 친구, 마음을 다잡고 뭔가 한다는 게 그만 보이스피싱 수금책. 삶을 적당히 살려다 보면 그렇게 된다. 유감이지만, 세상은 적당히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만든다. 누군가 그런다.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큰 꿈인지!
이 친구, 등짝을 때려주고 싶다. 위로와 격려를 겸해서(아들을 방임한 부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