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자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11 / 자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자살자(자살하려는 사람을 이렇게 부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인 무엇이지 아시는가. 짐작하시겠지만 자살에 실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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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신입니다.

매일 자살을 꿈꾸면서도 막상 자살을 하려면 겁이 나요. 높은 데서 떨어졌는데 죽지 않고 사지마비가 되어 평생 누워 지내야만 한다면? 농약을 먹었는데 죽지도 못하고 식도와 위가 다 타서 평생 호스로 죽을 공급받아야 한다면? 번개탄을 피웠는데 호흡기만 망가져서 산소 호흡기에 연명해야 한다면? 죽고 싶다가도 이런 생각이 들면 그만 오금이 저려서 포기하고 맙니다.

그런 나는 등신입니다. 죽을 꿈을 꾸면서도 죽지 못하는 바보. 아마 평생 이런 식으로 살아갈 겁니다. 등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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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이라고 하지만 솔직한 얘기다. 많은 ‘자살 희망자’들이 이런 공포를 가지고 있다.


다시 묻는다. 자살자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일은? 답은, 정말 죽는 일이다.

무슨 말이냐 할지 모르지만, 자살하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은 대부분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죽고 싶으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 살고 싶은데도 죽고 싶은 마음.

이런 양가감정 때문에 상담을 한다. 상담을 해서 마음의 추가 한쪽을 옮겨가 안정을 찾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반대쪽을 기울어지기도 한다. 이러길 반복하는 게 자살자의 마음이다.


죽고 싶은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언젠가 죽는 우리. 그 죽음을 앞당기려는 몸부림을 이해해주고 때론 ‘존중’도 해주어야 한다. 그들을 따듯하게 안아주어야 한다. ‘사람이 할 만한 일 중에 가장 할 만한 일은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랑해야 하는 사람 중에는 자기 자신이 포함된다.


불교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을 말하고 기독교에서는 ‘내려놓음’을 강조한다. 불교는 잡생각이나 내면의 번뇌를 내려놓고 공(空)이 돼라 하고, 기독교는 자신을 것을 내세우지 말고 다 내려놓되 성령으로 내면을 채우라 한다. 이 상태야말로 ‘진짜 죽음’이요 제대로 된 죽음 아닌지.

죽으려면 제대로 죽자. 어설픈 자살자는 등짝 몇 대 맞아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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