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46. 당신의 마지막 말은 무엇?
----
아들이 말을 안 합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 제대 후 쉬고 싶다고 하기에 복학을 미룬 채 집에만 있습니다. 그게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간혹 친구들 만나러 나가기도 하고 게임도 하며 영어 공부도 하는 것 같아서 뭐라고 말하기 도 어렵습니다.
며칠 전 학교 복학할지 물어보았는데도 도통 말을 안 합니다. 며칠을 기다려서 돌아온 대답은 “안 간다”입니다. 그럼 안 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었더니 쉬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아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면 게임도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고, 영어 공부도 건성인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속 시원히 이야기 하자며 억지로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말을 안 합니다. 채근하면 겨우 단답형입니다. 속이 터집니다.
아들이 재수할 당신 남편이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전부터 제가 일을 해서 돈이 쪼들리는 건 아닌데 아이가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봐 매사 조심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우연히 대화를 나누던 중 자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떠오릅니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들 한 번쯤 생각하는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들의 눈빛이 갈수록 멍해지는 것 같습니다. 상담을 권해도 안 한다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나 친구관계도 좋았습니다. 모범생이었구요.
어제는 하도 답답한 마음에 “죽고 싶으면 나가서 조용히 죽어!” 이런 모진 말을 했습니다. 바로 사과했지만 아들이 씩 웃는 게 영 마음에 걸립니다. 내가 이 아이를 죽음으로 모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겁이 나고 우울해집니다.
----
한강의 다리마다 긴급전화가 있다. 1월, 찬바람이 매운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뛰어내릴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한마디만 해주세요.”
남성. 차분한 목소리.
“무슨 사연이 있길래... 우리 잠깐 얘기 나누면 안 될까요?”
“질문하지 마시고, 딱 한마디만, 빨리!”
119가 출동할 시간을 벌 여지가 없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끼면서 말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할 겁니다’라는 말도 떠올렸지만, 이런 사람의 경우 이 세상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기에 뜬금없지만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짧은 신음을 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할 것 같은가. 무슨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숨을 놓기 직전, 이 세상을 뜨기 전에 가족에게 딱 한마디만 남긴다면 당신이 선택할 단어는 무엇인가?
어느 작가는 ‘사랑’이 아니라 ‘안녕’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안녕하십니까’의 안녕. 사랑은 가식이 있지만 안녕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란다. 사연을 보낸 엄마도 “나가 죽어라” 대신 “오늘은 안녕하니?”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등짝을 때리고 싶은 심정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