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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Apr 03. 2021

비 오는 날엔 책방에 가자

활자의 냄새와 편안함 속에서 채우는 ‘마음의 양식’

매월 첫 주, 습관적으로 동네 책방을 찾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달에 볼 책을 삽니다. 올해부터는 몇 권이라도 더 읽어볼 요량에 두 권씩 사 들고 옵니다. 한번 가면 보통 1시간을 넘깁니다. 갈 때마다 어떤 책을 고를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서른한 가지 아이스크림 점에서나 할만한.        


신간부터 살피고, 시간 지난 책을 들춰보고, 베스트셀러 코너도 두리번거립니다. 신간과 구간이 조화로운 책방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멘탈의 센치’까지 불러와 운치를 더 합니다.    


단골 책방은 건물 지하 1층에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머리 위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계단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습니다.     

 

시골집 대청마루에 배 깔고 누워 장 항아리며, 절구통이며, 댓돌 위를 때리는 빗방울처럼 고즈넉하고 목가적 향수를 느낍니다.     

 

책방 안에 배어있는 활자 냄새는 된장 맛보다 깊고 구수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조용히 떠드는 소리도, 뒤란 꽃과 나무의 수런거림처럼 거슬리지 않습니다. 여유롭게 감기는 실내 음악은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의 편안함처럼 내면에 스며듭니다.      


요즘 동네 책방은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동네 책방을 돕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 주의 피로를 날리고, 주말을 보내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기자로 산다는 건, 책방과 같은 운명 같습니다. 독자를 찾아오게 만들고, 찾아온 독자들에게 편안함과 앎의 즐거움을 주는 기사를 써야 하니까요. 재밌고 잘 써야 팔리는 책처럼, 기사도 그렇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보라고 합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 서점을 찾아보세요.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마음의 여유와 안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요즘 동네 책방이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술집에서 한잔하는 것도 지역 상권에  보탬이겠지만, 동네 책방을 찾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     


동네 책방에서 봄비를 맞으며 몇 줄 씁니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까짓 거, 한 끼 굶는다고 큰 일 나겠습니까. 마음의 양식을 채워서 그런지 배고픔도 잊었습니다.      


굳이 철학까지 가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 일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추상근육’을 쓰는 행위이다. 여러분이 책을 읽을 때에만 느끼는 피곤함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인간에게만 주어진 이 능력을 쓰는 데에 익숙해질수록 책을 읽는 일이 점점 더 즐거워질 것이다. 머릿속에 창조한 세계는 점점 더 풍요로워지고,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지며, 자신과 책의 의견을 교환하는 폭이 넓어진다. 이 능력을 한번 획득하면 쉽게 퇴보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책은 가장 지속성이 높은 유희활동이기도 하다. -김겨울 <독서의 기쁨> 중에서.    

알리가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봄비> 띄웁니다.      

*영상출처: 불후의명곡 - 알리, 처연한 봄노래´봄비´.20160423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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