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먹통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제 기능을 했던 휴대폰이 갑자기 잠겼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국회 소통관(기자실) PC로 인쇄 작업을 하던 도중 휴대폰 인증 과정에서 뭘 잘못했나 봅니다.
휴대폰 대문이 굳게 잠겼습니다. '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 8자리를 입력하라'는 메시지만 뜰뿐이었습니다. 전화를 거는 것부터, 메시지 확인, 인터넷 연결까지 어느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어서 한숨 돌렸습니다.
‘녹색창’에 비밀번호 잠금 해제를 검색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삼성 계정으로 해제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냉큼 접속해 복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일단 삼성 계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동료 기자한테 휴대폰을 빌려 서비스센터에 전화했습니다. 상담원에 SOS를 요청하자, 상담원은 친절하게 원격지원 서비스로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전문가가 나섰으니, 금방 처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악재는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삼성 계정을 신규로 만들었기 때문에 디바이스가 없다는 겁니다. 제 위치 정보를 파악한 뒤 ‘잠금 해제’를 하면 되는데, 난관에 부딪친 겁니다. 친절한 상담원은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된다는 겁니다.
감사하게 아이디는 자동 검색이 됐습니다. 이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G메일 비번을 모르겠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알만한 번호로 했을 텐데, 몇 번을 시도해도 틀리다는 겁니다.
수화기 너머로 기다림에 지친 상담원의 긴 한숨 소리가 들리고, 옆에선 ‘이제 내 휴대폰을 좀 주면 좋겠는데”라는 따가운 시선이 몸을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할 수 없이 G메일 비번을 다시 확인한 다음 연락하겠노라고 한 뒤 끊었습니다. 빌린 휴대폰도 돌려주었습니다.
한순간 방심에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G메일은 이후에도 순순히 비번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차례 실패했다고 몇 시간 뒤에나 시도할 수 있다는 열 받는 메시지만 창에 띄울 뿐이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로그인하기'도 해봤지만 별무소용이었습니다. 시간이 한두 시간 흐르면서 한숨은 초조와 불안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자메시지는 계속 울리는데 확인을 못하니 애간장이 끓었습니다. 뭐 마려운 개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휴대폰 중독 증상이 이런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더한 공포는, 이 방법으로도 잠금 해제를 못하면 초기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연락처며 사진이며, 동영상이며 모든 데이터가 다 지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초기화 절차도 꽤 복잡했습니다. 통신사에 찾아가 제 신분증을 제시한 뒤 제 휴대폰이라는 확인증을 받은 다음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로 가서 초기화 신청을 해야 한답니다.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G메일을 다시 찾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아이디가 아닌 휴대폰 번호로 로그인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됐습니다. 그토록 굳게 닫혔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한 뒤 ‘잠금해제’를 클릭했습니다. 대규모 사업 기공식 때 내빈들이 공사 시작을 알리는 빨간 버튼을 힘차게 누르는 것처럼.
이윽고 휴대폰 잠금이 풀렸습니다. 장장 4시간여 만입니다. 초기화를 시키지 않아도 되고, 서비스 센터에 서류를 떼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두 팔을 치켜들고 “이야, 됐다!”를 외쳤습니다. 이 어려운 걸 제가 해냈다는 기분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언제 어디서고 절대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해결 방법도 터득했습니다. 지금까지 휴대폰 우습게 봤다 큰 코 다칠 뻔한 1인의 무용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