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주 보냐고 묻는 당신에게
"대통령과 출입기자가 만날 기회는 드물어요"
휴대폰을 바꾸려고 집 근처 대리점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20대 청년들이 운영하는 매장이었는데요. 제 휴대폰을 살펴보던 한 직원이 “와, 문재인 대통령이다”라고 외쳤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대통령이랑 아는 사이예요?”, “산에서 우연히 만난 건가요?”, “뭐 하는 분이세요?”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제 휴대폰 바탕화면을 보고 한 소리입니다. 두해 전 가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북악산 산행 중 찍은 ‘투 샷’ 사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제 직업을 밝히고, 사진을 찍던 당시를 설명했습니다.
직원들은 신기하다는 듯 저와 사진을 번갈아 보며 또 물었습니다. “그럼 대통령은 자주 보세요?” 그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말의 시작점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생각 끝에 “아니요”라고 했습니다. 그보다 정확한 대답은 없었던 까닭입니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북악산 산행 중 찍은 기념사진. 청와대 출입기자라도 대통령을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기자들의 공식 만남은 신년 기자회견이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그 외 기자들이 대통령을 만나는 일은 드뭅니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청와대 수석‧보좌관(참모진) 회의와 국무회의를 비롯해 대통령이 주재하거나 참석하는 회의나 행사는 ‘풀 취재(POOL·합동 대표 취재)’로 합니다.
해외 순방을 제외한 풀 취재는 적으면 2명, 많아야 4~5명으로 구성하는데요. 회의나 행사에서 대통령 모두발언이나 인사말 정도만 취재가 가능합니다. 나머지 기자들은 풀 기자들이 취재해 온 대통령 ‘발언(워딩)’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는 구조입니다.
그나마 풀 취재도 풀 기자단 소속 기자들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풀 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은 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은데요. 이 얘기는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 이후 주요 현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세 차례 대국민담화를 한 정도라고 할까요.
2020년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직접 브리핑을 약속한 문 대통령이지만, 춘추관 발길은 많지 않았습니다. 취임 당일인 2017년 5월 10일,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 발표 때 처음 춘추관을 찾았고요. 올해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까지 대통령의 춘추관 브리핑은 6번에 불과합니다. 일 년에 2번꼴입니다.
그마저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때는 코로나 19 여파로 기자들은 소규모 인원(20여 명)만 참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문답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수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인사만 하고 가겠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청와대는 방역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춘추관은 청와대 이외 출입처가 있는 기자들에게 '한 곳만' 출입하도록 했습니다. 저처럼 청와대와 국회를 동시에 출입한다면, 한 군데만 정하라는 겁니다. 저는 국회를 선택해 당분간 청와대 출입은 어렵겠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대통령을 만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생길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