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아직도 언론을 믿습니까?”

징벌적 손해배상제, 언론이 자초한 결과

by 류재민
여러분은 아직도 언론을 믿습니까. 수많은 오보를 내고도 책임지지 않는 언론, 오늘 시사직격, 비틀거리는 우리 언론의 현실을 다룹니다.


어제 방송된 <KBS 시사직격-언론, 비틀거리다> 오프닝 멘트입니다. 언론계 현실을 목도한 1시간 내내 불편했습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기사’를 쓰면서 나는 독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었던가. 또 나는 내 기사에 얼마나 책임졌는가. 숨을 곳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7년 국내 기자 16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기자들의 언론 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참담하고, 씁쓸했습니다. 기자들 스스로 자기들 기사를 신뢰할만하다고 답한 수치가 17.4%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또 ‘오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91.2%)으로 ‘사실 미확인’ 또는 ‘불충분한 취재’를 지목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오보, 왜곡, 선정보도와 같은 질 낮은 기사가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 전 사장 역시 지난 2008년 왜곡 보도로 배임죄 누명을 쓰고 해임된 피해자 중 한 사람입니다.

진행자: 오보는 왜 나오는 걸까요?
정연주 전 KBS 사장: (기자가) 제대로 취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취재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진행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그런 맥락인 것 같다. 하지만 찬반이 나뉘어 있다. 한쪽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한쪽에서는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언론 스스로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오보를 낸 언론사에 민사상 책임을 묻는 제도인데요. 법무부는 지난 9월 언론의 오보에 고의·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제도이든 도입 전 갑론을박이 있는 건 당연한데요. <미디어오늘>이 지난 5월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81%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언론이 국민적 신뢰를 잃은 지금, 개혁까진 아니라도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언론 윤리를 지키며, 보도 준칙에 따라 취재하고, 공정하고 사실대로 보도하면 소송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허위 보도에 대한 위축 효과라면 그것은 허용될 만한 위축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익에 관한 사안이고, 어느 정도 합리적 근거가 되면 면책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걱정할 것은 아니지 않나. 착실하게 크로스체크를 하고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보도들이라면 사실 별로 걱정할 것이 없는 제도 아닌가 생각한다. -김윤우 변호사
오죽했으면 여기까지 왔겠어요. 누구나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언론만 지금껏 자신들 권리는 무한대로 누리고 책임은 아무것도 안지는 엄청나게 행복한 사회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조금 바뀌긴 해야죠. -주진우 기자

결국 이 논란은 언론 스스로 자초한 결과입니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8월 한국기자협회 소속 114개 언론사 6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자들의 72.2%가 국민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검증 없는 받아쓰기와 정파성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언론입니다. 비틀거림이 아니라, 이미 무너졌습니다. 언론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다면, 외부의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 클로징 멘트입니다.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언론이 쏟아내는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보도들. 이 보도들이 흉기가 되어 우리 사회 공론장을 파괴하고,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고 있다. 언론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시사직격과 KBS 역시 비판의 대상이며, 책임의 주체이다. 정확성, 공정성, 진실의 가치를 지켜왔는지 돌아보겠다. 그리고 노력하겠다.


제가 몸담고 있는 인터넷신문 디트뉴스24가 내년이면 창간 20주년을 맞습니다. 정확성과 공정성, 진실의 가치를 지켜왔는지 성찰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동물원이 부릅니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9j5NRG-8XzU

*이미지 출처: 10월 23일 방송 <KBS시사직격-언론, 비틀거리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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