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의 시원을 만났던 시간

강진에서 배운 글쓰기 정신, 그리고 '도전과 성장'

by 류재민

강진에 다녀온 건 참 잘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는 내가 쓴 글을 누구에게 내놓기 부끄러웠으리라. 이제는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다.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전화가 온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메일만 몇 곳에서 왔다. 전화가 아닌 메일만 왔다는 건, 내 소설을 ‘책’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거절’을 뜻한다. 투고깨나 해 본 사람들은 익숙한 피드백.


연락이 안 오면 어떤가.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했다는 건, 도전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을지언정, 성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 분명 나는 한 단계 성장했으리라, 스스로 위안 삼아야지 어쩌겠나.


내가 걸어온 길을 멈추고 잠시 멈추고 여유를 느낄만한 충분한 공간. 가까웠으면 더 좋았으련만. 멀어서 더 아득하고 아늑하고 아련한 그곳,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에서.
실패했다는 건, 도전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을지언정, 성공할 수도 없다. 시문학파 기념관 앞에서.

여하튼 난 이번 강진 기행에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왔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시작해 가우도를 거쳐, 백련사와 다산초당, 영랑 생가와 시문학파 기념관까지.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조은식당 소주방’ 사장님과 2년 만에 조우한 광주의 택시 운전사까지. 혼자서 떠난 길이지만, 다니는 길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이 얼마나 축복받은 여행인가.


나는 소설에서 강진의 곳곳을 소개하고 싶었다. 솔직히 다녀볼 곳은 그리 많지 않은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2박 3일을 생각하고 갔지만, 1박 2일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동네. 지역을 상징하는 도요지와 동백과 가을 단풍과 해변과 바다 같은 자연 풍경은 아늑했다. 내가 걸어온 길을 잠시 멈추고 여유를 느낄만한 충분한 공간. 가까웠으면 더 좋았으련만. 멀어서 더 아득하고 아늑하고 아련한 그곳, 강진.


나는 내 소설 후일담에 작품 속 인물인 ‘한겨레’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로 묘사했다. 의도된 작가의 ‘꿈’이고, ‘목표’였으리라.


다음은 겨레가 쓴 책의 맨 앞장에 적힌 글이다. ‘이 책은 마 씨 일가가 수천 년에 걸쳐 이루고 싶었던 꿈같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면서 깨달은 사실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코 실패는 없다는 것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저는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소설 ‘유령’ 후일담 중>


책 출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후회도 없다. 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쓸 테니까.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정신으로.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소설도 열심히 쓰겠지만, 본캐인 기사도 열심히 쓰리라. 글로생활자의 숙명으로. 영랑생가 근처 커피숍에서.

현실에서 내 소설은 빛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도 있지만. ‘꿈’과 ‘목표’라는 내 글쓰기의 시원(始原)을 만날 수 있었던 여로였다. 그래서 책 출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후회도 없다. 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쓸 테니까.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정신으로. 보라, 고작 1박 2일 여행에 9편의 후기를 쓰지 않았는가.


태어나서 처음 밟아본 강진 땅. 지금도 강진만 물결은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도도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흐르고 있을 터. 나는 그곳에서 내 글쓰기의 이유를 배우고 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글쓰기만큼 값진 사람들도 만났다. 글쓰기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 준 ‘강진 기행’에 고맙다.


(앗! 조은식당 사장님한테 베셀 작가 되면 책에 사인해서 갖고 간다고 했는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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