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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Nov 07. 2023

두껍아 두껍아 김포 줄게 서울 다오

떼다가 붙일 게 따로 있지!

경기도 김포를 떼다 서울로 갖다 붙이네, 마네 세상이 떠들썩하다. 멀쩡히 있는 김포를 대관절, 어째서, 왜! 집권 여당 대표라는 사람 입에서 나온 ‘갑툭튀’인데, 어쩌자고 막 던지는지 모르겠다. 총선이 얼마 안 남고, 수도권에서 전멸 위기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랴.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는 법이거늘. 게다가 김포 주민들 얘기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편입을 추진한다는 건, 공산당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집권당 대표 말 한마디에 경기도 땅이 서울 땅이 된다면, 그것도 참 우스운 노릇 아닌가.      


대통령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행사도 뻑적지근하게 하고 요란 법석을 떨며 방방 뜨는데, 집권당 대표는 왜 저러는 걸까? 같은 당 소속 인천시장마저 “정치 쇼”라고 하는 마당에. 김포를 서울로 붙인다고 질 선거 이기고, 안드로메다로 떠난 민심이 돌아올까? 지구별에는 대한민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럴 거면 대한민국을 ‘서울’로 바꾸든가. 수도는 김포로 하든지 말든지. 뿡뿡!!      


서울과 수도권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1%에 불과하다. 그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방은 인구가 씨가 말라 소멸 걱정에 한숨이 천둥처럼 커지는데, ‘메가 서울’을 만들겠다고 야단이니!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 ‘메가커피’나 하나씩 내주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균형발전이니, 지방분권이니, 자치니, 노상 떠들어댔다. 떠들기만 할 뿐 뭐 하나 이루어놓은 건 없는데. 선거 때만 반짝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검은 별이 되고 마는데. 그사이 젊은이들은 서울로 가고, 촌에는 노인만 남았는데.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판이라니.      


한국에서도 본인의 정체성을 국가가 아니라 도시나 훨씬 작은 단위에 귀속시키면서 정체화하려는 움직임이 ‘서울러’라는 표현으로 구체화됩니다. 콩글리시 표현이지만 파리지앵 같은 선망을 담은 표현입니다. 이 단어는 본인보다 서울에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더 언급하는 표현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지방러’라고 자조적으로 말합니다. 수도권 변두리 청년들의 애환을 리얼하게 그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엄청난 지지를 끌어낸 바 있습니다. 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50쪽

출처: 위키백과

서울을 비워야 나라가 산다. 서울을 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균형발전의 방향성이 명확해야 한다. 균형발전이란 고교평준화처럼 전국을 평준화하는 게 아니다. 권역을 하나로 묶어 중심 지역을 메가시티를 만드는 거다. 그다음 경쟁력을 갖춘 지역만의 특화단지를 만든다. 주변 지역은 ‘분수효과’를 누리도록 해야 ‘골고루 잘 사는 지방시대’ 흉내라도 낼 거 아닌가.      


대표적인 것이 지역대학이다. 지역대학이 살아야 청년들이 서울로 기어 올라가지 않는다. 직장도 지역에서 잡는다. 지역에서 결혼해 지역에서 아이를 낳는다. 지역대학이 살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지방자치가 이루어진다. 인위적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억지로 해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주로 취업과 학업 등 원인으로 20대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문화 및 의료 서비스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커진 점도 수도권 집중의 요인으로 꼽혔으며, 대학 진학 등오 20대 이동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2023년 11월 7일, 경향신문 <서울로 서울로…20대 청년 대이동, 최근 10년 수도권 유입 60만 육박> 중


굳이 서울로,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감하며 살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서울과 수도권이 안고 있는 교통이나 환경문제를 비롯해 과열 경쟁을 해소할 수 있다.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상식을 정치권만 모른다. 아니, 안다. 지방대 나와 지역에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사는 나도 아는데, 일류대 출신 엘리트 지성인들이 모를 리 있나.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요, 알고도 모른 척한다면 그 또한 무능한 것이리라. 알면서도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않으니 정권이 백번 천 번 바뀐 들 무슨 소용 있으랴. 오선지 위 도돌이표거늘.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표만 쫓는 정치인들은 퇴출(탄핵이면 더 좋고)이 답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흙장난하며 부르던 동요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김포시 서울 편입은 두껍이 집 교환처럼 장난으로 할 일이 아니다. 땅따먹기 놀이도 아니고, 땅장사도 아니다. 50만 김포 주민들에게는 땅 거지와 똥 멍청이 같은 소리밖에 안 된다.      


김포를 서울로 갖다 붙인다고 ‘김포골병라인’이 고쳐질까? 교통망이 불편하면, 시스템을 고치면 될 일이다. 여당과 당 대표는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한가하게 ‘지도 놀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이리 긋고 저리 긋는 지도 속에 민생과 경제는 들어있긴 할까? 아몰랑, 그냥 선거 때 보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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