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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r 19. 2024

죄 없는 사과는 억울하다

생활물가나 좀 잡아주세요

사과값이 폭등했다. 사과 하나에 5,000원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나. 이쯤 하면 사과가 잘못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관련 기사에는 정부를 향해 당장이라도 긴급 사과 회의를 열어 사과를 '주적'으로 선포하라는 둥, 윤석열 대통령이 빨간색 권투 글러브를 끼고 새빨간 사과를 향해 어퍼컷이라도 날리라는 둥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진짜 대통령이 사과값을 잡겠다고 마트로 출동했다. 오마.   


윤 대통령은 “저온피해 등으로 상당 기간 높은 가격 형성이 예상되는 사과와 배에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대형마트 중심인 할인 경로도 전통시장과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할인 지원 혜택은 주로 대형마트에서 제로페이 등을 활용해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축산물 공급업체에 납품단가 지원을 확대해 산지가격을 낮추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할인·납품단가 지원 등에) 15일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각 투입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지원하겠다”고 했다. 2024년 3월 18일, 농민신문 <윤 대통령 “농축산물 할인지원 크게 확대”>     
사과는 죄가 없다. 죄가 없는 사과는 억울하다. 사진제공: 대통령실.

1,500억원은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인가? 지원이 끊기면 가격은 또 오를 텐데, 나중에는 무슨 수로 충당할 텐가. 나라에서 쿠폰도 주고 파격 지원해주는데 유통업자들이 가격을 내릴까. 또 카르텔이니 어쩌니 하며 잡아 먹을 것처럼 달려들 건가. 이쯤되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은가.      


음..그렇다면, 사과나무와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선빵’을 날리자. 그런 다음 전국에 사과 농장 2,000개를 만들어 생산성을 늘리자.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못 해 먹겠다고 때려치우겠다고 하면, 일꾼 자격을 박탈하면 된다.      


농장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평생 사과 농장 일만 하도록 강제하면 된다. 그래도 농민들이 복귀를 안 하면? 어부랑 광부를 즉시 인력으로 투입하면 된다. 여기서 물러서면 사과값은 절대 잡지 못한다는 각오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결과는? 사과값만 잡는다.      


가만, 그러고 보니 사과만 오른 게 아니잖은가. 내 월급과 대통령 지지율만 빼고 다 올랐다. 식당에 가면 갈비탕 한 그릇이 1만5,000원이다. 사과 3개 값이다. 채소 값은 두말할 것도 없고, 횟집이랑 고깃집은 아서라다. 사과만 탓할 게 아니란 말이다. 주야장천 허구한날 사과만 패면, 결과는? 사과값만 잡는다. 근데 왜 갑자기 사과 타령이래니? 그분께서 사과가 비싸서 못 먹겠다고 한마디 했나?     


다음은 경실련이 19일 발표한 성명 마지막 문단이다.      


물가안정은 단기적 방편이 아닌 중·장기적 대책을 통해 달성될 수 있고, 단기적 방편이 중·장기적 물가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물가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해 기후위기, 농업위기, 그리고 식량위기 시대에 대응한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농산물 수급정책과 농지 보전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사과는 안 먹어도 산다. 정 먹고 싶으면 사과 맛 음료수를 마시면 될지어다. 이번 총선에서 폭망하지 않으려면, 생활물가나 좀 잡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사과는 죄가 없다. 그래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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