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본 현장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폭죽이 터지는 줄 알았다”는 목격자들 진술에는 아연실색했습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1차전지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공장에 있던 근로자 23명이 죽고, 8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입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참고 견뎠을 이들이 갑작스러운 사고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지고,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인 셈이다. 2024년 6월 25일, 쿠키뉴스 <‘화성공장 화재’ 원인 리튬, 일반화학물질 분류…관리 사각지대> 중
2013년 2월. 경기도 화성시 한 금형 제조공장 숙소로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불이 났습니다. 숙소에는 외국인노동자 11명이 잠을 자고 있었는데, 베트남 출신 20대 노동자 2명은 화재 현장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당시와 비슷한 사고를 보면서 우리는 또다시 ‘안전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겠다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안전 후진국 소리를 듣는 게 어디 이번 사고뿐일까요?
2021년 6월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화정동 신축 아파트가 붕괴해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에는 이태원에서 158명이 대거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지요. 작년 7월에는 충북 오송 지하차도 사고로 14명이 숨졌습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고등학생을 비롯해 승객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영구 실종됐으며 142명의 부상자가 나온 대형 참사가 있었다. 문제는 이들 사고 모두 ‘인재(人災)’였다는 겁니다. ‘막을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겁니다.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가 25일 오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사고 발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뉴스1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별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겠다고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허울뿐입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 뿐, 노동 현장에서 죽어 나가는 근로자는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낸 사업체도 ‘조사’만 열심히 받습니다. 하지만 고작 영업정지 몇 달에 그치는 게 현실입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으면, 충분한 대응과 예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선진국’ 소리를 듣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오늘 우리나라의 노동 현장은 어떻습니까?
21세기 대한민국은 안전사고 부문에서 오히려 후진국으로 퇴보하고 말았습니다. 그 퇴보의 결과는 청운의 꿈을 품고 이국땅에서 땀 흘려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오늘도 명복만 빌고 있습니다. 10년 전 어린 학생들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고, 2년 전 이태원에서 청년들이 깔려 죽었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