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한강 열풍’입니다.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 아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받지 못한 상을 말입니다. 작가가 쓴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는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주문해도 책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정도라니. 실로 대단함을 넘어 ‘한강의 기적’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보유국 지위에 올랐다는 사실에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합니다.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과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침체해 있는 국내 서점가에 좋은 기운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SNS를 보다가 입맛이 개운치 않은 포스팅을 봤습니다. 한강 작가 작품이 온오프라인에서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출간을 앞둔 출판사들이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잠시 출간을 연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출판인의 포스팅을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미룰 수 있으면 2주 정도 연기하는 게 좋겠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댓글은 음울할 정도입니다.
출간을 앞둔 책이라면 그동안 작가든, 출판사든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했을 텐데요. 한강의 기적 때문에 출간시기를 조정한다는 건 서글픕니다. 그만큼 열악한 출판시장과 업계를 방증하는 대목이겠지만요.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이 있죠. 혹시 압니까, 한강 작가보다 더 나은 작품들로 독자들 사랑을 독차지할 지. 사람 앞 일은 모르는 겁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줄 상상이나 했습니까. 그냥, 부딪쳐 보는 겁니다. 그런 배짱과 용기도 없이 무슨 베스트셀러를 도전할 수 있을까요.
본전이라도 뽑자는 식으로 책을 내는 거라도 저는 예정된 출간일에 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던 날, 러시아에서도 경사가 있었습니다. 김주혜 작가가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거든요. 김주혜 작가는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상을 받았는데요. 저 역시 그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저는 ‘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쫄지 맙시다.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 젝스키스 같은 유명 그룹이 컴백을 하면 음반을 준비하던 신인 가수나 그룹들은 발매 시점을 늦추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녹음하고, 음반을 준비했는데, 그들로 인해 묻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강자와 붙는다고 대판 깨지고, 피한다고 스타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번 주 제 신간 에세이 <40-마흔의 숨>이 세상에 나옵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제 신간 에세이가 나옵니다. 과감하게 한강 작가와 붙어보겠습니다. 대작가의 책이 놓이는 서점에 함께 진열된다는 자체가 영광입니다. 작가로서 그걸로 족합니다. (이러면 제 출판사 사장님은 또 한숨을 깊이 내쉬며 손으로 이마를 짚을지 모릅니다.) 또 압니까, 대박을 칠런지.
에세이 <40-마흔의 숨> 많은 관심과 구독을 바랍니다. 그래야 한강의 기적을 쓰든 금강의 기적을 쓰든 할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 작가 많이 사랑해 주시고, 책도 많이 읽어 ‘독서 강국’이 되기를 바라며.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