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날의 기분 좋은 이야기

우리 곁엔 코로나를 함께 이겨내는 이웃이 있습니다

by 류재민

제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는 작은 공원과 산책로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따라 있는데요. 물고기가 노니는 하천을 끼고돕니다. 구간이 길지 않아 이웃 주민들이 즐겨 이용합니다.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고, 뛰며 운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킥보드 타고 다니는 아이들, 교복 입은 학생들, 손잡고 데이트하는 연인들, 유모차 밀고 가는 부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모두의 장소입니다.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안쓰럽지만, 각자 거리를 두며 나름의 여유를 즐기는 공간입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로에 나갔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며 ‘집콕’만 했더니 갑갑했습니다. 천천히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부지런히 한 바퀴를 돌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코스입니다. 저는 자주 이곳에서 운동을 하고, 주말이나 휴일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산책도 합니다.


9월로 접어들면서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바람 냄새에서 가을이 맡아집니다. 어둠도 한 발짝 일찍 옵니다. ‘코로나 블루’에 답답했던 마음이 탁 트이는 듯했습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산책로와 초등학교 사이에 작은 무대가 있는데요. 통기타를 갖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조명도 없고, 날이 어두워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중년의 남성이었습니다. 중절모와 안경을 썼습니다. 캄캄한 무대 앞에서 작은 앰프와 마이크를 세워놓고 앉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듣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저까지 대여섯 명이나 되었을까요.

그는 열심히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요부터 팝송까지 장르 불문입니다. 노래와 노래 사이 손수건을 꺼내 손에 땀을 닦습니다. 침이 마르는 지 입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저는 조용히 일어나 근처 단골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시원한 카페라떼를 주문했습니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걸 알고 있는 주인이 “무슨 일로 라떼를 시키느냐”라고 묻습니다. 노래 값을 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주인은 “대단하다”라고 했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커피를 받자마자 나와 뛰듯이 걸었습니다. 공연이 끝나 그가 가버렸을까 조바심이 났거든요. 다행히 그는 아직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살며시 옆 자리에 커피를 놓고 제 자리에 돌아와 앉았습니다.


노래를 마친 그가 묻습니다. “이게 뭡니까?”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노래를 공짜로 들을 수 있습니까.” 그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라고 말을 받았습니다. 그건 제가 아까 커피숍 주인에게 한 말과 같았습니다.


저는 오늘 이웃을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준 고마운 이웃을 만났습니다. 커피숍 주인에게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좋은 노래를 듣고, 작은 선물을 건넬 수 있어 좋고, 칭찬을 들어 기분 좋은 저녁이었습니다. 제 옆에는 코로나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힘든 때 나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며, 하루를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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