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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19. 2021

할 거 없으면 공무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

일부 어른들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 말을 받아들이는 학생 입장에선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12년간의 경쟁적이고 좁은 교육 시스템에서 모두가 똑같이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택의 폭이 다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어서 뻔해 보인다. 그 좁은 골목길로 많은 학생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골목은 항상 미어터진다.


내가 배운 교과서엔 직업으로는 선생님, 요리사, 소방관, 경찰관 등의 뻔한 직업만 소개해주었다. 물론 그런 직업이 되기 위해서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히 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직업을 간접적으로 읽어보기만 하지, 직접적인 체험은 거의 없다. 지금이야 잡*드, 키자**라고 해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현재 취준생들인 90년 대생들은 부유한 가정이 아니고서야, 어릴 때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가 없었다.




추억의 싸이XX 짤...


예전에 어떤 싸이XX 감성 짤이 있었다. ‘학생이란 죄로, 학교란 감옥에 갇혀~’ 하는 짤이었다. 그걸 처음 봤을 때는 오글거린다며 웃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은 진지충 같겠지만 나는 맞다고 본다. 학교는 감옥이었다. 우리는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혹은 중학교 때부터 학원을 다녔다.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여러 개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직 학교 성적을 위해서 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수능, 대학이라는 목표만을 바라보고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는 채로 달려왔다. 나름 창의적인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동아리에 가입하라고 하지만, 그것 또한 생활기록부에 남기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동아리 시간이 의미가 있는 시간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고작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시간일 뿐이다.

그렇게 감옥에 갇히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듯, 남에게 듣지 않는 이상 내가 내 흥미나 적성을 찾아보는 것은 힘들다. 특히 어린 미성년자한텐 더더욱이나 힘들다.


출처 Unsplash @dom-fou

가상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억지로 성적을 맞춰 대학교에 합격을 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고, 미성년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놓여 20대 초반을 즐기기 시작한다. 연애도 하고, 술도 마음대로 먹고, 동아리도 하고, 알바도 해본다. 졸업학년이 되고, 점점 취업 시기가 다가오자 마음은 초조해진다. 해보고 싶은 것도 없고, 전공 살리기에도 애매한 성적이고, 그렇다고 대외 활동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그때 들려오는 선배들의 소식과 동기들의 말. 선배들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벌써 진급했다고 하고, 과탑이었던 동기는 벌써 내년 상반기 대기업 채용을 준비한다고 한다. 점점 급해지는 마음에 기분이 꿀꿀해져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는 선배는 전공과는 상관없이 공무원으로 진로를 틀어서 몇 달 전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할 것도 없는데 공무원이나 해볼까?’라고 마음먹는다.


지금 공무원의 경쟁률은 대단하다. 그래서 지금은 ‘할 것도 없는데 공무원이나 할까?’라는 말은 잘하지 않는다. 얼마나 어려운 것인 걸 알고, 이미 레드오션이란 것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예시의 학생들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학생들의 ‘공무원이나 해볼까?’라는 말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학생들이 직업으로 삼기 위한 여러 가지 경험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로봇처럼 하라는 대로 해왔기 때문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공무원이 됐다.’라는 얘기에 ‘나도 공무원 해볼까?’하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풍부한 경험을 해왔다면 이 두 친구는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대학교 과를 적성에 맞는 곳으로 선택했었을 것이다.


이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공무원이라는 진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비난하기 전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가 이것인가?’ 하고 생각해보자. 최악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학생들이 독하게 마음먹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선택을 우리가 욕할 수는 없다. 욕을 할 거면 공무원 시험에 아무나 몰려들도록 만든 원인에 해야 한다. 그 원인이야 다양하겠다.





뻔한 직업을 소개해주는 뻔한 교과서, 학생들의 적성에는 관계없이 무조건 취업이 잘 되거나 일시적 전망이 좋은 학과만 추천하는 뻔한 선생, 우리 아이가 뭘 원하는지는 바빠서 알 수 없고, 그저 공부 잘해서 인서울 했으면 좋겠는 부모님.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로봇처럼 뻔한 학습에 주입된다.


출처 Unsplash @nicki-eliza-schinow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편도 32차선 도로에서 일 차선 밖에 쓰지 않고 달려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옆 차선도 있는데 우리는 마치 그 길밖에 없다는 듯의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교통체증을 겪어왔다. 그러니 전교권에 들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학원에서 선행 학습한다. 그러니 매번 인서울권 대학의 경쟁률은 미어터진다. 그러고 나서는 ‘공무원 밖에 길이 없다.’며 다시 공무원 차선으로 다 몰려들어 차가 밀린다.


바로 옆 차선에서 달리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진작에 진로를 정해 운동, 요리, 무용, 미술 등으로 빠진다. 양육자나 본인이 적성, 흥미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 옆 차선은 더 좁고, 도로 유지비가 비싸서 통행료를 배 이상으로 비싸게 받는다.


학생들이 원활하게 32차선 도로에서 다닐 수 있도록 어른의 입장에서 경험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빠르고 저렴하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또, 국가 입장에서도 각 분야 어디에서나 뛰어난 인재들이 넘쳐나게 된다. 아이들은 다 하나씩 각자의 재능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잠재력을 꺼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금 어린아이들의 교육체제는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내가 겪었던 교육 시스템 그대로 겪지 않기를 바란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itfeelslike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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