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립 Mar 29. 2021

끈기가 없는 게 아니에요!

라떼들에게고함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끈기가~”, “뭐 하나 잡고 물고 늘어져 봐. 이것저것 손대지 말고.” 류의 말들을 취업준비생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위의 취업준비생이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고 있는 중인 것이다.


대학교 학과를 선택할 때, 정말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저 성적에 맞춰서 가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진학해서 학과와 적성에 맞지 않기도 하고, 기대하고 갔으나 생각보다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제대로 직업을 갖기 전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뭘 잘하는지.’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12년의 학창 시절 동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흥미를 알더라도 적성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적성은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한 흥미만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직업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미권이나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갭이어(Gap Year)’를 가진다고 한다. ‘갭이어’란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는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한다. 영미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중등교육을 끝내고 고등교육을 받을 예정인 학생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에 이 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리라 본다. 하버드, MIT, 프린스턴, 동경대 등 세계 주요 대학들은 대학 진학 전 갭이어를 가지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출처:위키백과. 출처 불분명) 우리나라도 이 ‘갭이어’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도 많이 없을뿐더러 외국처럼 활발하지 않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학창 시절 동안 ‘공부하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사실 찾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공부하느라 바쁜 시간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찾았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맞을까? 학업이라는 무게에 짓눌려서 얼렁뚱땅 정해버린 것은 아닐까?


출처 Unsplash @siora-photography



이렇듯 학생들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도전해보는데, 부모님은 ‘한 가지만 꾸준하게 파고들어라.’라고 하신다. 그렇게 공무원이나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게 과연 내 길이 맞을까?”, “그저 남들이 다 하는 것 같아서, 이 직업이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선택한 건 아닐까?”,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하면서 수없이 본인을 시험에 들게 한다.


본인이 그 일에 도전함에 있어 자신이 없고, 못할 것 같으면 당장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면서도 자꾸 의심이 들지만, 꾸준하게 해 보라는 소리에 부딪혀서 억지로 공부하는 것은 공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의심이 든다면 당장 그만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좋다. 그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들은 내가 끈기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아직 내가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지 끈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우물만 파라.’는 것은 다 옛날 말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상태이거나 억지로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을 때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억지로 한 우물만 팔 시대도 아니고, 열정보다는 의심이 더 크다. 괜히 한 우물만 팠다가 몇 년의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정말 끈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쉬워 보여서, 일시적인 흥미가 있어서 대충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유튜브 채널이 커지면서 너도나도 유튜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중 제대로 콘텐츠를 준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겉멋이 든 사람들은 장비만 번지르르한 것을 사다가 별 콘텐츠 없이 그저 지금 유행하는 주제로 대충 찍는다. 그 영상 하나만으로는 조회수가 잘 나올 수 있겠지만, 이후로는 금방 시들해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흥미나 적성을 찾아 도전할 때, 제대로 해보라는 것이다. 충분한 계획을 갖고 했을 때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두는 것이다. 준비해온 시간이나 그동안 해온 시간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이후의 시간이 더 아깝다.


지금 하는 일에 자신감이 없고, 자꾸 의심이 든다면 눈치 보지 말고 당장 그만두자. 남이 뭐라고 하면 ‘자신감이 없다. 내 적성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바로 내가 흥미 있을 것 같은 것,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에 도전해보자. 내가 직업을 얻거나 돈을 벌면 그 이전의 불안했던 순간들은 잊힌다. 나에겐 과정이 중요하겠지만, 남들에게는 나의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것을 찾으며
눈치 보는 시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미적거리며 한 우물 파는 시간이
더 두렵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luis-villasmil)

이전 04화 실패도 돈으로 사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