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터족은 Free(프리) + Arbeit(아르바이트)를 줄인 말로,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을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2020년 4월 기사에서, 알바몬이 최근 1년 이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알바생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2.4%가 스스로 '프리터족'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은 남성(40.9%)보다 여성이(43.1%)이 소폭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20대 알바생이 46.1%로 30대(45.8%)나 40대(32.8%) 알바생보다 높았다.
프리터족 중에는 스스로 원해서 프리터족 생활을 하는 자발적 프리터족보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 생활을 하는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더 많았다.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알바를 하는 이유는 취업 전까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 가장 많았고, 정규직 취업 포기·조직에 얽매이기 싫음·취업 전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음 등등의 이유가 있었다. (출처_광주드림)
예전에 ‘자발적 프리터족’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20대의 여성분이셨다. 보통 평범한 여성으로 보였다. 월급은 100만 원 초반이었는데, 그 돈으로 월세, 공과금 등을 내고 나서 20만 원 정도의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한다고 하셨다. 적은 생활비라도 본인은 자발적 프리터족을 택한 만큼 그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셨다.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저 적은 돈으로 어떻게 사냐?’, ‘20대인데 취업은 안 하고 알바를 하다니….’, '저런 애들 때문에 국가의 발전이 없는 거야.'라고 아니꼬운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저 여자분의 선택에 굉장히 놀랐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녀는 많은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런 포기한 사람에 대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
출처 Unsplash @vanna-phon
우리는 일반적으로 초·중·고를 졸업해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쳐 기업에 입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는 원하는 대기업, 공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는 소수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중소기업으로 가거나 계속 취업준비생으로 남아있게 된다.
취준생들은 대기업처럼 고연봉을 받기 위해, 공기업·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돈’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우선 매달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고액을 받기 위해 혹은 적은 돈이라도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한다.
‘자발적 프리터족’은 달랐다. 적은 돈이라도 나 한 사람 정도 건사할 수 있을 정도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욕심을 버린 것이다. 돈 문제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포기했다. 아르바이트 특성상 안정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 이런 단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개인적인 시간’이다. 지금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해서 퇴근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진다거나 자율출근제를 행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회사원들은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 프리터족은 돈과 안정성을 포기한 대신에 시간을 얻는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취미를 하거나 여가 생활을 할 것이다.
출처 Unsplash @Tyler Nix
일본에는 이미 프리터족이 아주 많다고 한다. 고령화 문제와 프리터족들의 증가로 인해 취업난이 아니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도 일본을 따라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비싼 편이라고 해서 똑같이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 사회도 점점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말이다. 한편 프리터족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알바로 생계를 이어나가게 되면 자연스레 결혼은 포기하게 되고, 그러면 저출생의 결과를 낳게 된다는 의견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젊은 층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내가 더 소중하고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도 있다고 본다. 비자발적 프리터족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자발적 프리터족은 경제적 여력은 진작에 고사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혼을 하게 되면 개인 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 아닐까?
자발적 프리터족들이 비혼을 택한다고 해서 우리가 욕할 권리 또한 없다. ‘결혼’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택하지 않아서 발생하게 될 문제 또한 그들이 감수하는 것이다. 그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국가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올 수야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는 없다.
주로 비혼에 대해 비난하는 세대는 현 5,60대 이상이다. 그들이 살았던 예전에야 서로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가 컸고, ‘한강의 기적’ 등을 통해 그 세대들의 결속력을 키워왔다. 또한 현재보다는 대기업에 취업하기가 훨씬 쉬워서 현재의 취업난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다. (IMF 전에 대기업 경쟁률이 3:1이었는데, 경쟁률이 세다고 뉴스 보내던 시절.) 그렇기에 자연스레 비혼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결혼을 안 하면 이기적인 것이라며 국가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도 말한다.
출처 Unsplash @Zhanjiang Chen
자발적 프리터족이 되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지금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 세대는 옛 세대와는 다르게 거의 고등교육을 다 받고, 취업을 위해 고 스펙을 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대기업에 족족 떨어진다. 점점 취업시장에서 내몰린 일부의 취준생들은 고학력, 고스펙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세후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게 된다.
현 세대가 눈을 낮추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좀 더 좋은 직장, 좋은 곳을 위해 인생의 반 이상을 달려왔다. 그런데 그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은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 세대의 노동력을 갈구하는 옛 세대의 눈이 높은 것이라고 본다. 내가 말하는 보상은 돈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는 물론이요, 인간 간의 대우, 개인적인 시간, 사내 혜택, 직업적 만족 등등이 있다. 이렇듯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것에 체념한 사람들 중 일부가 곧 ‘자발적 프리터족’이 된다고 본다.
프리터족의 단점은 ‘보수가 적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들이 그전의 직장에서 충분한 보수를 받았더라면 자발적 프리터족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월급도 적은 데다가 개인 시간도 없는 직장이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현주소가 아닐까? (*여기서 '현 세대'라고 하는 것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현세대를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이 되고 싶었을까?
처음부터 누구나 그랬듯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살 거라고 마음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꿈과 현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을 선택했으리라 본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답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Unsplash @rawkkim
그렇게 ‘국가를 위해’를 외치는 옛 세대들이 현 세대를 위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는 많은데, 취업난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딱 이렇다. 뉴스에서는 매번 ‘몇백 개의 일자리 창조했다.’라고 얘기하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취준생이 많다. 그 이유는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IT 같은 이공계열의 일자리만 많이 내놓는 것도 문제다.)즉, 취준생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자리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현 세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될 수 없다. 바로 ‘국가를 위해’를 외치는 옛 세대들도 발 벗고 나서야 비로소 취업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세대의 일부 어른들은 “요즘 젊은 애들은 열정이 없어, 열정이~ 우리 때는 월급 안 받아도, 일 시켜주겠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들어갔어.”라고 하신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은 그때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지금 이 세대에 와서 노동에 대한 마땅한 대가를 받기 위해 그것을 바로 잡고 있는 중이다. 그 바로잡고 있음을 ‘일자리는 많은데 취업난’이라는 현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