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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Sep 07. 2021

사랑은 받는것보다,줄 때 더 행복해


무엇으로 하루를 잘 보냈는지, 못 보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까. 즐거웠던 시간, 행복했던 시간이나 웃음이 많았던 시간 들을 종합해 볼 때 내 행복지수가 평소보다 높다는 결론에 이르면 잘 보낸 하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준모의 "어떤 하루"는 잠시 동안 오늘 하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작은 선물이다. 하루를 믿고 또 나 자신을 믿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도 뜻깊은 일과였을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하루를 보낸 오늘도 내일이라는 하루를 맞이한다. 글쎄다.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기에 짧은 인생 자체가 처량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 나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하루가 아쉽기만 하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다.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낸 게 아니라 하루를 쌓아 올렸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0시간 정도 깨어 있고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여 활동을 하지 않는가. 그 시간을 보내고 만 내 마음은 떠나간 버스 안에 짝사랑하는 여인이 타 있음에도 어찌할 바랄 몰라하며 버스를 떠나보내는 그런 시답지 않은 아쉬움이 아니라면 무엇을 보고 아쉬움이라고 말할까.


하루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이라는 기회의 착오에서 오는 경험을 쌓아 올렸으니 충분히 의미 있던 하루였다. 그것이 오늘 내가 보낸 시간의 전부이고, 나를 안정시키는 생각의 전환이다. 다소 반복되는 일상이 당신에게 희망을 생존능력으로 격하시키는 일말의 경험일지라도, 그 일상의 소중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쌓아 올린 나만의 하루가 나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다.


Photo by@paris_shin. 한상권


사실, 오늘 하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

'고도달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직장생활 은퇴하고 지금은 사회 후배들이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멘토와 카운셀링을 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70세의 선배를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이분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분의 도움으로 사업을 발전시킨 사람도 많고 경영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아 성장의 발판을 놓아주는 좋은 사람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되어, 내 작업실 겸 와이프 회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물론 그분이 나에게 말이다. 우선 내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30분을 특이하거나 좋은 부분 또는 조언을 담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으며 긴장을 풀어 나갔다. 내 생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독후감을 말하거나 할 때, 책을 깊이 있게 읽어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적당히 쓱쓱 훑어보면서 책의 방향을 잡아나가고 책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발췌하는 수준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도 많지만 말이다.


선생님은 정말 책을 꼼꼼히 일고 밑줄 치고, 메모도 하면서 정말 책을 정말 지저분하게 만드셨다. 지저분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는, 좋은 측면을 말하는 것인데, 입꼬리가 사정없이 하늘로 솟구치며 나는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내 독자가 내 책을 그렇게 자세히 읽고 독후감을 30분 동안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책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다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 책을 내고 전국의 대형서점의 목 좋은 곳에 진열하고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면서, 그래도 대형서점과 네이버에서 나름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을 얻었다. 물론 초대형 베스트셀러와는 확실하게 구분 지어야만 하지만, 나름 베스트셀러였으니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래도 독자가 내 책을 읽으며 의견까지 제안한 경우는 선생님이 처음이었다.


내 책을 읽고 나서 책에 담긴 이야기와 내용과 당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상당한 영광이자 행복인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났고, 그분으로부터 내가 존재함을 새삼 대단하게 느끼며 하루를, 그렇게 나의 하루는 또 쌓였다.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멋진 탑이 되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내 책을 소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사랑을 줄 때 행복을 더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선생님은 행복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문을 나섰다. 70 세지만 아직도 빛이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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