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상이 나의 여행이 될 때
나의 첫 해외경험은 영국으로, 운 좋게 대학의 지원을 받아 짧은 어학연수를 갔다. 유럽의 낮은 하늘은 손을 뻗으면 구름이 닿을 것 같이 가까웠고, 사람들은 카페 대신 공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와는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저 특별한 세계이지 않을까, 이곳에서 나이 들어가는 건 어떨까 막연한 기대를 품곤 했다.
그 후로도 나는 여행을 할 때면 습관처럼 현지인들의 일상을 그려보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삶 앞에는 저마다의 수식어가 붙었다. 치열한, 여유로운, 가족적인, 쾌활한. 그리고 제각각의 인생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특별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했다. 내가 태어난 곳, 쓰는 언어, 가지고 있는 생각. 나는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궁금해하며 겸연쩍게 답을 했다.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가 찬란하게 다가오는 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임을 알았다.
동생의 사진에는 여러 사람들의 시간이 엉켜있다. 저녁 장을 보고,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는 평범한 일상이 모여 동생에게는 기억하고 싶은 여행의 순간이 되었다.
나는 그 애의 사진 속에서 반짝이는 낭만을 그러모아 글을 쓴다. 나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이 시간도, 나와 너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특한 무엇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우리 중 몇몇은 스스로를 너무 특별하게, 혹은 평범하게 생각하도록 설계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진 | Nahee P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