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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덤보 Jun 27. 2024

언니의 펜, 동생의 렌즈

두 자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내 여동생은 포토그래퍼로, 서울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많은 직업인들이 그렇듯 저 한 줄의 이력을 위해 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20대를 서울에 작은 오피스텔에서 함께 보내며 우리는 각자 꿈을 키웠다. 나는 마케터, 동생은 포토그래퍼로. 출퇴근 시간이 고정적인 직장인과 달리 동생의 시간은 밤낮없이 흘러갔다. 새벽에 나가서 알 수 없는 시간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돌이켜보면 동생은 늘 사진을 좋아했다. 그 애의 사진첩에는 남들보다 두 세배는 많은 사진들이 빼곡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참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아르바이트는 곧잘 그만두던 애가 사진은 끈질기게 했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날에는 길을 가다 보이는 전봇대며 쓰레기통까지 찍어대서 얘가 괜찮은 건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른둘, 서른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서툴고 방황하며 길을 닦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시시콜콜한 음모를 세운다.



"네 사진에 내 글을 얹어서 브런치에 연재해 보면 어떨까?"


"오, 좋은데?"



동생의 메모리카드에 수북이 쌓인 멋진 사진들이 아까웠던 내가 먼저 제안을 했고 동생은 바로 수락했다. 나는 곧바로 브런치북을 기획했고 실행은 빠르게 이루어져 지금 이 프롤로그를 쓰고 있다. 동생의 사진 속에 담긴 멋진 풍경과 짙은 사색을 나의 시선으로 하나둘 세상에 꺼내볼 예정이다.


글을 쓰다 보니 뭐든 시작이 쉬웠던 초등학생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제멋대로 작곡작사를 해서 노래를 만들고 생각나는 대로 릴레이 소설을 썼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대본을 뽑아서 성우 연습을 하기도 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시작도 전에 겁낼 일이 생길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열두 살의 마음가짐으로 가벼운 시작을 해보기로 한다.

사진 | Nahee 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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