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트 인 커피
대학교 신입생 때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학년 선배가 건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메리카노. 마시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여러 개 떠다녔다. 왜 이렇게 쓰고? 왜 이렇게 뜨겁고? 왜 이렇게 비싸?
엄마가 이따금 얼음을 가득 넣고 타주던 믹스커피가 그 당시 내가 알던 커피의 전부였다. 그 후로 한동안은 메뉴판에서 아메리카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휘핑을 가득 올린 카라멜 마끼야토만 열심히 마셨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시기, 그러니까 2012년부터 2016년은 카페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때였다. 대학가에 하나둘씩 늘어가던 카페는 어느새 식당 개수만큼 불어났다. 와플과 조각케이크가 전부였던 디저트도, 마카롱이며 팬케이크 등으로 다채로워졌다.
인스타그램의 유행도 시작됐다. 1000원을 할인받으려고 정성스럽게 음식 사진을 찍고, 해시태그를 잔뜩 달아 업로드도 했다. #먹스타그램 #맛집. 친구랑 누가 좋아요를 많이 받나 같은 낯부끄러운 내기도 했다.
유행처럼 입맛도 변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고카페인에 제대로 취해서는, 이제 아메리카노의 맛을 알게 되었다며, 세상 다 산 듯이 굴던 2학년. 그러나 공복에 커피가 건강의 증표인 줄도 몰랐다.
졸업을 하고, 위염을 겪고 나서는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를 마셨다. 친한 동료와 카페에 가면 "소희님은 라떼죠?"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여전히 내게 카페의 유혹은 향긋하다. 우리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할까? 커피 한 잔 하면서 걸을래? 커피 한 잔 하면서... 무엇이든 '커피 한 잔 하면서'가 붙으면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사진 | Nahee P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