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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ki Jul 05. 2024

회피형과 대화하는 방법

회피형을 사랑하시나요?


나는 우울증이다.


주변에 회피형과 불안형이 많아 생긴 우울증인데, 이 방법을 깨달았을 즈음, 우울증이 굉장히 좋아졌었다.

심리센터에서도 놀랄 정도로 상태가 괜찮아졌으며, 그즈음부터 인생이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방법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물여섯이 넘어 나르시시스트 기질이 있는 회피형을 만나니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여하튼, 그 방법을 통해 심리 상태가 정말로 괜찮아졌었다. 그래서, 나는 자그마한 사업을 통해 스물넷 대학생이 벌기엔 큰돈을 벌었으며, 회피형인 엄마와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근데, 이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은 회피형을 사랑하나요?"







추후 다른 편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불안형은 상대적으로 대화하기 쉽다.


불안의 포인트를 건드리지 않으며, 불안형이 원하는 인정을 해준다면, 세상 착한 사람이 없다. 불안형은 자신을 받아들여줄 대상이 없다고 생각해서 불안한 거다. 하지만 회피형은, 깊은 속내를 대화하기 전까진 어디서 회피할지 예측할 수 없으며 어떤 부분에선 불안형과 비슷해서, 대화하다가 폭발해 예민함을 한껏 드러내며 당신의 인내심을 건드릴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깨달은 회피형과 대화하는 방법은 2가지로 나뉜다.


1. 회피형과 대화할 땐, 회피형을 아이처럼 대해라. (기다리기 필수!)

2. 회피형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책임소재 상기시키기


사실 당신이 회피형을 사랑한다면, 1번을 주로 사용하며 가끔씩 2번을 쓰길 바란다. 1번 방법 자체는 회피형에게 회피형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지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사랑하냐고 물어본 거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 방법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 효과는 좋았다.


그리고 회피형과 거리를 두고 싶다면 그냥 2번만 쓰면 된다. 회피형은 자연스럽게 당신을 껄끄러워하며 멀어질 확률이 높다.


회피형은 진실을 콕 집어내는 이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1. 회피형과 대화할 땐, 회피형을 아이처럼 대해라. (기다리기 필수!)


회피형과 싸움이 생기는 이유는 - 애초에 싸움이 생기지도 않고 회피형은 그 싸움을 회피하려 하겠지만 - 단 하나다. 당신이 회피형을 당신과 동등한 인격을 가진 지능체로, 회피형이 나이가 더 많은 경우, 회피형에게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이나 학문적 지식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이고, 그를 증명할 수 있는 타이틀이 있다면 배울 수 있을 게 많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회피형인 건 못 봤다. 회피형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벽을 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회피형은 내면이 어린 아이다.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안정을 겪어보지 못해,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에서 도망치려는 기질이 있는 어린 아이다. 그런데 어른처럼 대화를 시도하면 먹히겠는가? 그러니 동등한 관계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서 회피형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대화가 가능해진다. 회피형이 회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물어야 한다. 상처 입은 아이와 대화하듯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 아직 생각의 정리가 덜 끝났구나. 시간을 줄 테니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나와서 말해줄래?"


개인적으로 아이의 심리상담에 이용하는 스킬인, 생각 의자에 앉아 생각할 시간 주기, 가 매우 효과적으로 먹혔다. 나이 대와 상관없이.


물론 처음엔 속이 답답해 미칠 것 같다. 하지만 천천히, 회피형에게 자신의 행동을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고, 계속 대화를 시도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점점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된다



2. 회피형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 상기시키기 +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1번으로 회피형이 변하는 게 눈에 보인다면, 사실 정말 순한 맛이다.


여기서부턴 그렇게 해도 먹히지 않는 경우, -개인적으론 여기서부턴 정신과를 추천한다. 대화가 안 통한다는 건, 회피형 성격으로 인한 다른 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다. 나처럼. -  한 번 이 방법을 사용시켜 보길 바란다. 참고로 이 방법은 까칠하거나, 자존심이 강한 회피형들에게만 추천한다.


회피형은, 누누이 언급했다시피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거다. 사회에서 보이고 싶은 완벽한 자신이 있는데, 그 완벽한 자신이 되지 못해서 회피하고, 문제를 받아들이기 싫어서 회피하고, 인간관계가 싫어 회피하는 거다.


그래서 여기서 첫 번째 포인트를 활용하는 거다.


'완벽한 자신이 되지 못해서 회피하는 자신.'


회피형 행동을 하면 할수록, 완벽한 자신에서 멀어진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것과 같다. 상기시킬 때, 절대 회피형이 더 회피하게 만드는 식으로 자극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회피형이, 어떠한 선택을 당신에게 떠넘겼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시 1.


"A 지역으로 여행하는 거 괜찮을까? B그룹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네 의견에 따를 게."


이 말을 회피형이 했을 경우, 회피형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전제 하에 이 대화문의 해석은 이렇게 된다.


"나는 A지역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B그룹 친구들이 걱정되네. B그룹 친구들이 이 선택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네가 한 번 잘 물어봐주면 안 될까?"


회피형이 아닌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람들은, 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회피형의 의도대로 움직여, 결국 여행을 주도하게 될 거다. 하지만 저렇게 될 경우 문제점은, 회피형은 자주 당신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하고, 당신은 점차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어 둘의 관계는 파탄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점이다.


그래서, 회피형과 오랜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여기서 회피형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한 번씩 상기시켜 주면 좋다.


"네가 여행을 가고 싶다면, 내가 B그룹 친구들에게 네가 A지역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고 물어볼게. 근데 A지역은 네가 사는 곳이랑 가까우니까, B그룹 친구들이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여기서 회피형처럼, 똑같이 회피하듯 책임을 지워주는 게 효과가 가장 좋다. 심성이 착한 회피형이라면 화들짝 놀라 자신을 돌아보겠지만, 나쁜 회피형이라면 당신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 생각할 확률이 높다. 환경 불문하고, 회피형들은 자신에게 진실을 상기시키는 사람들을 싹수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당신의 대답에  책임이 두려운 회피형이라면 이 약속을 시도조차 않을 것이며, 여행을 가고 싶은 회피형이라면 마지못해, 자기가 대신 여행을 가자고 얘기할 것이다. 왜냐면, 회피형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회피형이라고 생각할 거기 때문에, 당신이 B그룹 친구들에게 얘기하며 책임 소재를 자신에게 지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피형에게 당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회피형과 살아갈 수 있는 대화법이기도 하다.






회피형과 대화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그 이유는 이 글을 읽으면 알다시피, 내가 알아낸 회피형과 대화하는 방법은 2가지 방법뿐이다. 최대한 회피형에게 맞춰주거나, 회피형과 똑같이 대화하거나. 기본적으로 회피형은 남들도 회피형처럼 말할 거라 생각해, 이야기가 잘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회피형을 사랑한다면, 회피형을 변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실제로 회피형이던 내 친구를 바꾸어놓았다.


친구가 숨기고 싶었던 자아를 귀엽다고 고작 칭찬해 줬을 뿐인데 말이다.


사실 회피형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세상에 상처받기 싫어서 날을 세우는 고슴도치와 같다. 그리고 고슴도치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 날카로운 가시에 온갖 멋있는 것들을 끼워놓고, 나는 사실 멋있는 사자라 우기는 주먹만 한 고슴도치 같은 사람들이다. 상상과 달리 현실의 자신이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회피형이 된 거다. 현실에서 데굴데굴 굴러 도망치려는 회피형이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난 용맹한 사자보다, 날을 세우지 않고 둥글둥글해진 고슴도치가 참 귀여울 때가 있다.


고슴도치라고 해서 쓸모없는 동물인 건 아니다.


당신이 정말 회피형을 사랑한다면, 고슴도치도 참 귀엽다며 끊임없이 얘기해 준다면, 회피형이 바뀌는 게 불가능 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방법이 먹히지 않고 내 우울증을 심화시킨 회피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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