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부자 이야기] 9. 김종익

나눔의 삶, 부의 진정한 의미

by sophia p

김종익(金鍾翊, 1886-1937) 선생은 격동의 근대 한국에서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부(富)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깊은 철학적 신념을 가진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생애와 재산 환원이라는 삶의 궤적은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공동체의 가치와 나눔의 미덕을 되새기게 합니다.


김종익 선생은 본래 과거 시험을 준비하며 한학을 익혔으나, 과거제 폐지 이후 경성 중동학교와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신식 교육을 받으며 근대적 사고방식을 접하게 됩니다. 부친으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이를 조선제사(朝鮮製絲)와 같은 사업에 투자하며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재산을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습니다. 그가 생전에 육영 사업을 비롯한 사회 공익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바로 이러한 '개인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신념을 실천한 것이었습니다.


김종익 선생의 이러한 철학은 고대 유학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국안민(富國安民)' 또는 '경세치용(經世致用)'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즉, 개인의 부와 역량을 단순히 개인적인 영달에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가를 부유하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사상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그는 교육이야말로 민족의 미래를 밝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믿었으며, 그 결과 1938년 순천공립중학교(현 순천중학교·순천고등학교)와 1940년 순천여자고등보통학교(현 순천여자고등학교) 설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그의 재산 환원은 단순한 시혜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의 기틀을 다지고 미래 세대를 양성하려는 철학적 실천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김종익 선생의 행동은 현대의 존 롤스(John Rawls)가 제시한 '정의의 원칙' 중 '차등의 원칙'과 유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롤스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되더라도, 그것이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배분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김종익 선생은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가장 필요한 곳, 즉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상향 평준화를 도모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선 행위를 넘어, 부를 통해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려는 고등한 정의감이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의 삶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가 강조한 '덕(virtue)'으로서의 관용과 정의를 실천한 모범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복(eudaimonia)이 공동체 안에서의 이성적 활동과 덕의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김종익 선생은 개인의 이익 추구를 넘어선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덕을 실천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삶은 "부(富)는 고여 있지 않고 흘러야 한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준 한 편의 철학적 논증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김종익 선생은 단지 재물을 쌓은 기업인을 넘어, 자신의 재산을 사회의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이를 평생 실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물질적 풍요를 넘어선 정신적 가치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가 김종익 선생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그가 많은 재산을 기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행위 속에 담긴 깊은 철학적 의미와 시대정신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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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지역N문화, "김종익,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다"

- 네이버 블로그, "우석(友石) 김종익(金鍾翊)[1886~1937]"

- 조선일보, "[조용헌살롱] 順天 甲富"

- 교차로 뉴스, "역사를 더듬다> 죽도봉공원 김종익 동상"

- 나무위키, "김종익(1886)"

- 프라임경제, "순천판 최부자로 불린 우석 김종익 선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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