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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Dec 26. 2021

언젠가는 스스로가 빛이 되길.


그까짓   빛에 어찌나 구차했던지. 욕심내지 않노라 다짐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잠시 잠깐 스치는 찰나라도 놓칠세라 나도 모르게 조바심에 노파심에 사소한 변화에도 웃고 울고 울며 불며, 아파도 참고 견뎠고 버텨왔어. 기어이 수중에 스며드는 온기는, 이미 빛에 눈이 멀어버려서   없는 사소함에도 번번히 의미 부여할 만큼 소중했거든. 사실 지금도 여전하고. 한동안은 다시없을  순간들을 계속해서 되새기겠지.


굳이 스스로를 어딘가에 비유하자면 그래, 돋보기를 투과하는 햇빛에 타죽어가는 개미랄까. 정작 돋보기를 손에  아이는 그저 순수한 호기심 어린 장난이었을 테지. 때로는 순수함만큼 잔혹한 것도 없지만, 기실  지경까지 왔음에도 순수함만큼 기꺼이 매료되는  또한 없더라. 무슨 수로 벗어날  있겠어.


뭔지 모르게 남들보다 외로웠고  미련은 넘쳐서,  온기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바로 보지 못하고. 어느새 또다시 혼자 동떨어져버리고. 그러다 보니 좁혀질 법했던 거리는 또다시 벌어지고 멀어졌어. 그런데다  이상 예전으로는 돌이킬 수도 없으니 이전보다 더욱더 로워.


확신과 버팀은 상대적이야. 확신이 있어야 버틸  있고, 버티다보면 확신이 생기거든. 이만큼이나 구차하게 외로울 지경이면   빛에 몸을 던져 재가 되도록 타들어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빛이었으면 좋았을걸. 그러면, 어쩌다 내게 속하거나 닿는 이들 지금의 나처럼 홀로 타들어가도록 외면하지 않을 텐데.


나를 감싸던 온기는 진작에 사라졌어. 문제는 아직도 수많은 선택이 내게 주어졌고, 마냥 이대로 고여버려선 안 돼. 끝의 끝까지 몰린 와중에 어디로 향하든 가시밭길만이 무성한 기로 앞에서 나는, 아직도 확신을 찾지 못한 나는


그래. 우선은 버틸 수밖에 어. 냉혹한 현실에도 냉철하게  몫을 다하는 기계처럼 꿋꿋하게.  효용가치를, 진로를 찾아내야만 하겠지,  스스로. 실상은 물러 터진 애송이라도 최대한 나를 드러내지 않을 거야. 지금보다  외롭고 상처 겠지만. 도려내는 한이 있더라도 지독한 악순환은 이만 끊어야겠지.


여지껏처럼 자신을 망가뜨리도록 무심하게 순수한 빛을 욕심낼  아니라, 언젠가는 스스로가 누군가를 감싸 안아주는 따뜻한 빛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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