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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Nov 20. 2023

Winter is coming.

매서운 눈보라가 살을 에는 고통과 상실의 계절이 오고 있다. 싱그럽던 꽃과 잎과 열매는 세월의 유수 속에 시들어 졌다. 헐벗은 가슴 한편에는 더 이상 만질 수도 맡을 수도 없이 지나간 진한 향기가 소리 없이 수런거린다.


무성했던 낙엽을 거치니 드러난 앙상한 가지가 연약하다. 그런 나를 비추는 개여울에는 바로 지척에서 햇살이 때로는 달빛이 결결이 부서진다.


나는 지금 그 반짝이는 개여울 속 초라한 자신에게 시선을 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본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오직 나뿐만이 줄 수 있는 독려를 스스럼이 건넨다,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무정하고 황량한 겨울이 오고 있다. 순환 따라 저물고 또 피우는 숱한 계절의 한 구간임에도 유독 금번이 혹독한 까닭은 지척에 개여울이 시리도록 눈부셔서, 텅 빈 가지가 시리도록 추워서. 그런 와중에 이다음의 내실을 기하기 위함이리라.


그러니 한껏 아파하다 가자, 고이지 말고 흐르자. 이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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