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ction Day
친절한 인사과 캐롤라씨
"Do you know Induction Day?
아니 몰랐다. 'Induct? 뭘 인도해주겠다는 건가...' 수험영어 발로의 한계였다.
그날이 왔다. 그곳에서는 뭐든지 각오가 필요했다. 직장생활 10년이 넘었지만 말그대로 신규였다. 앤슈트는 킹스턴구청 건물 중에서도 정말 매력적인 장소라는 게 유일한 위로였다.
아이스브레이킹을 한다고 어떤 운동을 하는지 취미는 뭔지 등등을 쓰는 시트를 주고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게 했다. 음… 덕분에 더 얼어버렸달까?
이메일 CC에서 이름만 여러번 보았던 사라를 드디어 보았다. 사라는 간단하게 킹스턴구의 일반적인 사항, 인구구성, 예산, 세입과 같은 내용들을 브리핑한 뒤에 어김없이 그룹을 만들어 둘러앉게 했다. 무슨 행사만 하면 꼭 그룹을 지어 질문하고 질문하게 하고 대답해야한다는 것이 영국생활의 가장 큰 괴로움이었다.
두둥
이 날은 테이블이 6개가 세팅되었다. 복지, 경제, 도시, 건강 등등 업무 분야별로 세팅된 것이었고, 테이블을 이동해가며 이야기를 한번씩 나눠야했던 것이다. 첫번째 테이블 진행자였던 Go cycle 담당자인 탄탄한 체격의 동양계 캐나다인이 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유독 기억에 남는다. 회의에 가느라 길드홀2 건물을 애증의 클로이와 같이 지날 때 클로이는 그와 인사하곤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올려 보이며 그에 대한 설명을 해준 적 있어서 그가 캐나다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렉시트가 타결되고 영국의 사정이 불안정해졌을 때- 그가 캐나다로 돌아갈 거라고 정말 아깝다고도 했다.
사실 그와 나는 너무 비교되었다. 부러웠다. 난 초등학생처럼 아니, 유치원생처럼 어리버리한데, 그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었고 당당하게 테이블 하나를 맡아 신입사원 교육을 해주고 있다니.. 같은 검은 머리 노랑 얼굴인데... 교육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고 외모와 자신감, 실력 모두 탄탄하던 그 사람만 기억난다. 아마 서양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매력적인 동양인이란 다부진 몸에 동양인 특유의 민첩한 추진력, 명석함을 갖춘 그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테이블에서 첫 소개는 소속과 이름 하는 일 정도였고 그 다음에 따라오는 질문은 "일 한지 얼마나 됐니?"였다.
2 weeks? You are very New!
Very New라는 말은 어눌한 나를 숨길 수 있는 큰 방호같이 느껴졌다. 2주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모든 어색함과 미숙함이 용서받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같은 부서에서 신입교육을 같이 갔던 애칭 '디미'라고 불리던 디미트리는 불가리아에서 온 지 1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신입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보통 입사한 지 몇달은 되었고, 나처럼 2주 만에 신입교육을 받게 되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거였다.
이미 적응할 대로 다 적응하고도 남아보이는 디미는 부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GIS 직원이었고 출근 첫날 자리로 다가와서 꼭 필요한 구청 투어를 시켜줬던 사랑스런 작은 동유럽 여인이었다. 내 눈엔 다 똑같은 백인으로 보이던 디미는 발음이 영국인과 달랐지만 당시 내 눈엔 영어를 잘해보였고 직원들이랑 잘 어울리는 게 참 부러웠다. 디미는 여전히 영어는 너무 어렵고 본인은 영어를 못한다며, 너도 1년이 지나면 그리 될거라고 위로와 희망을 주었었다. 따뜻한 디미..
1년 뒤에? 나도..?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우리의 노조에 해당하는 그룹 테이블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안내 브로셔가 든 작은 보라색 가방을 받은 걸 마지막으로 고통의 그룹활동을 뒤로 하고 디미와 나는 구 관내 투어 버스에 올랐다. 버스 좌석에 앉으니 긴장과 함께 서렸던 3월의 런던의 추위가 녹는 듯 했다. 입장을 이해해주는사람이 옆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던지... 훗날 참여하게 되는 사업지인 콕스크레선트, 킹스턴 저 끝 톨워스 재생사업지를 둘러보며 그렇게 짧은 신입교육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