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나의 재주를 한쪽으로 몰빵해주었어야 했다.
그렇게 다방면에 흩뿌린 나의 하찮은 재주 중 하나에 손을 내민 이가 있었다.
협회에 들어오세요.
그 당시 나의 정신은 더더욱 하찮아,
눈을 부릅뜨고 몸은 침대에 누인 채
무언가를 해야한다며 눈알만 디굴거리는 것같은
병적 상태였다.
본업과는 전혀 다른 어떤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 자체였고,
조만간 단체전을 할 예정이니,
하나 걸 수 있게 10호 정도의 작품을 마련하라 했다.
비전공자의 손기술을 뽀록내지 않으려고 머리만 굴리기로 했다.
제작을 맡기는 거래처를 찾아나서는 것조차 커다란 허들이었다.
정신과에 가서는 별거 아닌줄 아는데 요즘는 그 모든 게 그게 그렇게 어렵다 했다. 난 그걸 극복하는게 목적이라 했다.
점심시간에 을지로에 한번 함께 가주겠냐고 착한 회사후배를 이용했다.
오늘,
또 다시 봄이 되고, 목련이 피고,
이 일련의 과정이 아니었다면
흐르는 세월 위에 부유하였을 뿐이었겠구나.
싶다.
나의 정신은 어떤 방면에서 건강해졌다.
그 사이 작품용 인스타계정도 소소하게 운영하고
작품을 이용해 짧은 영상을 만들고
냉장고 자석 굿즈도 만들고 있고
물론, 개인전을 앞두고 머릿속에만 있던
물건(= 작품, 이하 물건) 제작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