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읏 Sep 16. 2020

차가운 복숭아

속을 알 수 없는...

복숭아 디저트


"그렇게 해서 

 맛없는 복숭아는

 맛있는 디저트가 되었다 "



어여쁜 자태를 뽐내던 색과 향은 

단지 나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싶다.

맛의 머리가 없는 복숭아는 그렇게 내 손으로 들어왔다.

장마가 지나간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이글대는 가스 불 앞에서 

여름날 뜨겁게 익은 복숭아를 더 뜨겁게 달구기 위해 

달달한 설탕물을 끓이며

복숭아를 깎고 있다.


손도 까딱하기 싫은 무더운 여름..

집안일은 끝이 없는데

이런 맛의 머리마저 없는 복숭아까지 나를 쉽게 내버려 두질 않으니..

그냥 쉽게 깎아서 먹어버리면 되는 것을 

아니... 맛이 없으면 그냥 썩게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을...


그렇게 머리는 수많은 생각을 하지만 손은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한 시간 정도 후 모든 일들이 끝났다.

병 세 개의 진한 노랑, 주황의 뜨거운 복숭아가 담겼다.



복숭아 병조림



복숭아 병조림


한 병은 언덕 넘어 부모님께

헌병은 저 멀리 도시에 사는 엄마께

한 병은 그냥 옆에 있는 남편에게


뜨거운 하루를 보낸 복숭아는 냉장고 속에서 시원한 바캉스를 보내고

맛이 없어 무시당했던 지난날을 비웃듯

더욱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차가운 복숭아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한다.

뜨겁고 물컹한 복숭아는 그냥 바라만 보게 된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젠장, 

달콤하기만 하다.



복숭아 병조림



과거 10년은 남의 일을 

현재 10년은 가족의 일을

미래 10년은 나의 일을



언제나 그렇지만 일은 하고자 하면 끝이 없고 그 끝은 알 수 없다.

하루가 반복이고 일주일 또 일주일 되풀이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조금은 나를 위한 시간들을 가져보려 노력 중이다.



오늘도 달콤달콤한 하루를 

꿈꾸며...





 

by. 히읏


 

photo by / haheeho


 




이전 02화 자급자족을 향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