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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읏 Sep 18. 2020

틈.

사람과 사람 그리고 세상과 웅덩이 만큼의 거리


요즘

동네에서

숨을 쉬기위한,

아무도 없는,


'틈'을 찾고 있다.




"엄마, 이제 학교에서 정빈이랑 축구 못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 없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9살 아들은 작년 겨울 방학 이후로 가정학습 중이며,

올해 첫 유치원입학을 손꼽아 기다렸던 5살 딸은 'ebs 우리집 유치원' 에 온라인 입학을 했다.


새학기에 신으려고 샀던 운동화와 실내화는 작아졌다.

학교에 가지 않아 옷을 살 필요도 없었다.

반년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은 훌쩍 컸다.

신나는 눈싸움 한번 못한 겨울을 보냈고

봄 나들이를 교재로 배우며

뜨거운 여름은 긴 장마와 태풍으로 에어컨에 의지하며

네번째 계절 가을을 보게 되었다.



틈만나면....


해맑은 5살 딸은 안정장치 없이 밖에 나가려고 한다

어린이에서 소년이 되어가는 9살 아들은 틈만나면 가상세계에 정신을 놓으려고 하고

자기일이 필요했던 43살 엄마는 틈만나면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모두가 숨쉴틈 없는 시간을 보내며 여기까지 온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진짜 틈을 찾아 주기로 했다.



틈사이.


한적한 마을 틈사이에 오솔길이 보인다.

푸석한 흙을 밟으며 한동안 걸었던것 같다.

9월의 동산은 선선한 공기를 마시기 참 좋다

잎새들은 아직 할일이 남아있듯이 더욱이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축축한 나뭇가지와 춤추는 잎새들

그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다.



빈틈


아침부터

나는 엄마가 되었다가, 선생님이 되고, 영양사가 된다. 때론 보건교사도 되어야 한다.

끝이 없는 역할 놀이 같다.

많은 역활을 혼자서 하다보니 나는 힘들고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통제 불능일 때가 많다.

분명히 우리는 빈틈이 필요했다.

엄마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는 빈틈

서로로부터 해방될수 있는 시간


오늘도

하루의 빈틈을 찾는다








여기서


히읏!




photo by / hahee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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