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는 아이스크림을 옆에 두고 베란다 끝에 걸터앉았다. 달이 참 밝은 날이었다. 노아는 어쩐지 하토가 자신을 보고 있으리란 것을 확신했다. 그것이 어떠한 논리에 의한 확신인지 노아 자신도 몰랐다. 혹은 그저 노아의 기분일지도 모른다. 하토가 나를 보고 있으리란 기분. 그러나 노아는 마음속에서 하토를 그렇게 정의해 버렸다. 하토는 항상 노아를 보고 있다. 그녀는 노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노아에게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은 늘 설레는 시간이었고, 또 한편으로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작은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다. 그녀가 오면 함께 언덕 위에 올라가야겠다. 그곳에서 함께 강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야겠다. 이런저런 것들을 마음먹었지만,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을 노아는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추운 날에는 어떤 것을 좋아하세요?’ 노아는 하토를 만나면 가장 처음 이것을 물어볼 생각이다. 언젠가 그것은 이 애타는 기다림을 마치는 주문 같은 질문이 되리라. 그 질문을 들었을 때 하토는 빛나는 얼굴로 웃어 줄 테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노아는 흐뭇하게 웃는다. 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노아에게 참을 수 없는 서운함이 사무치게 몰려올 때가 있다. 나의 모든 행동, 나의 마음까지 알고 있으면서 왜 나를 모른 척하는 거냐고. 노아는 소리 내지 않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골목길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고양이 같은 동물이 뭐가 외로워서 울고 있다는 말인가. 노아는 베란다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내 노아는 눈물을 멈추고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하토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녀가 나의 모든 서운함이 다 잊히도록 나를 꼭 안아주리라. 노아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웃어보았다.
그렇게 노아의 시간은 천천히, 그렇지만 아주 정직하게 흘렀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노아의 마음은 파도처럼 요동쳤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늘 그녀라는 지평선의 위아래를 반복해서 움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