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쓰린 기억이 가득히 담긴 좁은 땅에 태극기를 떠올리며 잠시 머물렀다. 낭랑한 소리와 함성이 어울려 야화가 되어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흔적들이 떠올랐다. 백의가 빨갛게 물들기도 하고 주름진 얼굴에 격정이 스미기도 하는 모습도 만났다. 거룩한 사람들이 모여 거룩한 일을 만들던 곳, 우리의 기억 안에서 늘 반짝이는 눈물이 되었던 나라가 거기 있었다. 3월이 오면, 3월이 오면 더욱 큰 소리가 되어 도심으로, 민족의 가슴으로 퍼져나갈 작은 땅, 나에겐 크게만 보였다. 지금은 비록 작은 터전과 작은 사랑이 머물고 있는 곳이지만 말이다. 시간과 더불어 연륜이 배인 곳, 거기서 또한 세월을 낚는 줄 지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과거와 현재가 이상하게 공존하고 있는 묘한 모습을 보면서 선현들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