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무가 가득하더니만
종일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다
예로부터 제주에서 3다의 하나인 바람
머물러 보니 진짜인 줄 알겠다
바다를 가로질러 오는 서늘한 느낌
나무마다 가득히 열렸다
오늘도 변함없이 오름들을 거슬러 오르며
스산한 소리를 지른다
해무와 이어진 서늘한 음영은
서로 어울려 한라산 등성이에 닿고
우리의 시야를 어둡게 한다
우리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저녁 짙은 어둠 사이로
소리들이 붓이 되어 미지의 그림들이 그려지고
그 위에 보이지 않는 내일이 앉았다
내일은 그 그림을 해독하기 위해
또 우린 인파를 만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