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린이집으로~고고씽

"롱 패딩은 너무 커서 안 입어."

by 육아와 생각

"오오!! 준비를 다했는데 시간이 20분이나 남네~ "

등원 차량 시간이 남는다고 야심 차게 아침 설거지를 했더니 시곗바늘이 성큼성큼 약속시간 앞으로 전진해 있었다. 앗차!! 부리나케 가방과 아이를 집에서 빼내어 달릴 기세로 나가려고 하니 아이가 고집을 피운다.


"롱 패딩 안 입어! 롱 패딩은 너무 커. 안전벨트가 안 잠긴단 말이야."


겨울의 끝무렵에 세일을 하여 장만해둔 패딩 옷인데 사서 그냥 옷장행을 하는 것이 아까워 아직은 시샘의 추위가 남은 날 하루 입혀 보내고 싶었는데 아이는 롱 패딩의 치렁치렁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급한 맘에 롱 패딩을 집어던지고 입던 점퍼로 갈아입히고 달렸더니 새싹 정류장에 어린이집 버스가 와 있었고 도착한 지 얼마 되진 않았는지 선생님이 웃으시며 맞아주신다.



일주일하고 3일 만의 어린이집 등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린이집에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들렀고 일주일 이상 집에서 쉬면서 머물렀던 흔적을 남겼다. 집에서 쉴 때는 아이의 평범한 일상생활 회복이 언제나 오려나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며칠 전 2022년도 5세 새로운 담임선생님에게서 학기를 시작하는 상담 연락이 오고 아이의 성장의 시간표는 잘 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는 이번에도 깨달았다. 늘 항상 현실보다 한 두 단계 무겁고 어둡게 세상을 채색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이것은 나의 성격이나 성향의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스스로 가능성의 문보다 불가능의 확률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어른에 더 가까이 가고 있는 걸까? 모두들 마음속에서 어쩔 수 없는 감염병 전쟁에 대한 진저리가 나 예민함 따위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집어치우고 차라리 둔감함을 택하기도 하는데 나도 이제는 억지로라도 둔감함의 열차를 타고 싶었다.


어린이집에서 겨울동안 두고 사용했던 방한용품

2022년 2월 28일 오후 2시 22분


휴대폰에 차량 선생님으로 등록되신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한별이 5세 담임 선생님을 맡으셨다고 인사를 건네신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한별이가 차량 승차하면서 선생님한테 말을 많이 걸었었는데 혹시 가끔씩 얘기도 했나요?

"한별이가 차 타고 가는 동안 좋아하는 로봇 노래 많이 틀어 달라고 하는데 그랬을 것 같아요~선생님 얘기보다는 주로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친구들 이름을 자주 얘기하는 편이에요."


선생님은 새로 올라가는 5세 생활에 대해 본격적인 유아기에 접어든 시기이지만 아직은 일상생활기술이 완전하지 않고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뭐든지 혼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선생님께서 지켜보셨다가 도움도 필요하면 주신다는 설명이었다. 엄마는 미리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새 선생님의 5세 반 상담에 뒤늦게 포커스를 맞췄지만 마음속에는 다시 어린이집을 나가게 되었다는 희망이 먼저 반짝이고 있었다. '앗~싸' 정도는 아니지만 '휴~다행이다.'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은 초반에는 한별이가 3월생이라 생일이 빠른 편이라고 운을 떼셨는데 대화가 조금 길어졌는지 후반부에 12월생이라고 헷갈려하시는 바람에 정정을 해드리고 상담을 슬슬 마무리하여야 하는 순간이라고 직감했다. 퇴근한 남편에게 낮에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고 알려주면서 새 담임선생님이 15명이나 되는 엄마들에게 아마 몇십 분 이상 상담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랬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남의 실수는 내 인생 사는 데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도 띵동 가고 날씨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봄이 왔다. 일주일 이상 쉬다가 어린이집을 처음 나간 어제는 퍼즐을 다 맞추고 맨 마지막 하나만 남았는데 그 하나가 안 보이는 것 같은 초조함과 괴로움이 하루를 모두 점령해버린 시간이었다. 변화는 설렘과 초조함을 동시에 수반한다. 같은 어린이집 7세 반 형아들은 졸업을 하고 H초등학교로 입학해 들뜬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한별이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어린이집을 수료하고 유치원을 입학을 선택했다. 한별이는 올해 여름이 되면 옆 도시로 이사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 다니는 곳을 이어서 다니기로 했다. 어제의 초조함을 접고 오늘은 다시 익숙함과 편안함이 찾아왔다. 일주일 넘게 보지 못했던 빨간색 익숙한 점퍼를 입은 같은 반 친구를 새싹 정류장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나도 집에 돌아와 잠시 잠깐의 고요함을 맛본 뒤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박차고 나섰다. 20분 뒤 추운 겨울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온몸에서 마취가 풀린 듯한 간질간질한 거부반응을 보였긴 하지만 엄마도 새로 시작하는 봄을 맞았다.


2022년 3월 봄을 맞은 용인시 금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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