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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보라 Oct 23. 2020

나도 언젠가 책방 주인 하고 싶다!

김초엽의『관내분실』을 읽고 상상하기


<3부 책>

 

 나는 서점이라는 공간과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두 장소 모두 책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점은 없던 독서 욕구도 불러일으키는 반짝반짝한 새 책들이 많아서 좋다. 도서관은 같은 책을 여러 사람들이 빌리고 반납하며 공유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예전부터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서점이나 도서관은 미래에도 있을까?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몇십 년 뒤에 말이다. 사실 독서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서점, 도서관이 주로 다루는 종이책보다는 이북(E-book)이 유행이다. 이북 하나면 원하는 책을 책이 모여 있는 공간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편리함보다는 종이책을 더 선호해서 책을 사거나 빌리는 것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근 미래에는 종이책의 질감을 그대로 구현하고 빠르게 단말기에 다운로드도 할 수 있는 최첨단 이북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굳이 책이 모여 있는 곳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점,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실 종이책이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여 있는 그 공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이나 도서관은 정말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소중한 도서관이 미래에는 책을 대여하는 공간이 아니라 추모의 공간으로 바뀐다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SF 소설이 있다. 바로 『관내분실』(김초엽)이다. 소설은 종이책이 완전히 없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거 도서관이었던 건물은 추모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것이 가능해져서 죽은 사람들의 뇌 패턴을 스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 데이터를 과거에 도서관이었던 건물에 보관하게 되었다. 유족들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듯이 마인드 업로딩으로 죽은 사람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대화를 할 수도 있고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물건들을 건넬 수도 있다. 소설의 내용은 돌아가신 엄마의 마인드가 ‘관내 분실’되어서 그 원인을 찾는 딸의 이야기이다. 사실 주된 줄거리는 도서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은 아니다. 도서관은 그저 배경으로 제시될 뿐이었는데 도서관의 미래를 이렇게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사실 나에게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숨겨둔 꿈이 있는데 바로 책방 주인이다. 책들로 둘러쌓인 공간에 커피 향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건 얼마나 멋질까! 현직 책방 주인들은 현실을 모른다며 코웃음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커피와 쿠키와 책을 함께 파는 책방 주인을 꿈꾸고 있다. 책과 커피와 맛있는 쿠키가 가득한 근무 공간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그런데 『관내분실』(김초엽) 읽자 도서관 혹은 서점이 없는 미래 사회가 그려져서 조금 슬퍼졌다. 도서관에 가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이 뭔지 살피는 일이나 대출 권수에 맞게  빌릴까 고민하는 일이나 서점에 가서 앞표지, 책등, 뒤표지, 띠지를 만지는 일들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사실 화면으로 읽는 이북도 종이만 아닐 뿐이지 문장 혹은 삽화의 모음이다. 그럼에도 진짜 만져지는 책만을 좋아한다면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니라 종이로 묶인 책의 물성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관내분실』(김초엽)  미래는 조금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사이에 나는 맛있는 커피와 쿠키가 가득하고 책이 천장까지 꽂혀 있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책방 주인이 언젠가는  되고 싶다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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