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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보라 Oct 16. 2020

어느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빛나는 곳이 있었다

두근두근 독립 책방 탐방기

<3부 책>

 

무언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찾게 되면서 경험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취미로 자기 전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서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서점이라고 하면 대형 서점이나 참고서를 파는 학교 앞 동네 서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독립 출판’이라는 개념이 유행을 하면서 독립 출판물을 중점적으로 파는 ‘독립 서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점은 사라져 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독립 서점이라는 것이 유행을 하고 있다니 신기했다.      


 먼저 독립 출판이란 대형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소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 제본까지 모두 맡아서 책을 출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더라도 원고만 있으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출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독립 출판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서점이 독립 서점이다. 독립 서점이란 일반적인 서점의 유통과정을 따르지 않고 서점 주인이 직접 책들을 골라 독특하고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파는 서점을 말한다. 서점에 있는 책 종류가 서점 주인의 취향으로 구성된 책방이다 보니 기존 서점과 달리 독립 출판물을 많이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서점 주인이 직접 큐레이팅 하여 서점을 꾸민다는 것은 어느 독립 서점을 가도 똑같은 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방 여행을 테마로 전국 여행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전국에서 서울에 독립 서점이 가장 많았는데 내가 가보기로 선택한 서점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독립 서점이었다. 서점 문을 여니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공간에 4~5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취향의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같이 어느 정도 유명하거나 들어본 책들만 진열되어 있는 대형 서점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책들이 ‘나는 어때? 나를 읽어봐!’라고 말을 건네는 듯이 놓여있었다.      


 눈에 띄는 책들을 골라 읽다 보니 전혀 취향이 아닌 책들도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주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책들도 있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이곳저곳에 담겨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판매용 책들은 보통 열어볼 수 없게 포장되어 있고 샘플 책은 열어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어떤 샘플 책을 넘기니 작가가 직접 메모지에 ‘○○책방을 찾아주신 독자분들 안녕하세요!’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써놓은 것이다. 그 작가는 그 책방 말고 여러 곳의 책방에 입고를 했을 텐데 책방마다 다른 편지를 샘플 책에 써넣었을 것이다. 하나 하나 자식 같은 책들을 책방에 내놓고 독자들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편지까지 쓴 것을 보니 작가가 얼마나 애를 써서 책을 썼는지 알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또 책 포장을 깔끔하게 비닐로 한 책도 있었지만 빵 봉지 같은 포장지를 사용해 포장된 책도 있었고 책 주제에 맞는 색지로 포장을 한 것도 있었다.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포장하고 책방에 입고 신청까지 해서 들여온, 말 그대로 탄생부터 성장까지 작가와 함께한 책들이라 그런지 하나하나 작가들의 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어느 하나도 똑같은 책이 없었다. 다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모두가 다른 책들이 모여 하나의 독립 책방을 이루고 있는 것이 괜히 기특했다. 독립 책방들 속 책들이 왠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같았다. 사람들도 얼핏 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볼 때는 그냥 네모 모양의 ‘책’이지만 작가들에게는 밖에 내놓으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내 자식이고  책방 주인에게는 독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잘 돌보아주어야 할 아이들이고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안내자인 것이다. 그리고 그 네모 모양의 ‘책’에는 저마다 너무나도 다른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내가 이 책들을 고를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권 한 권  다른 색으로 빛나는 책들을 찬찬히, 신중하게 살펴보고서는 가장 와 닿는 책 두 권을 골라 집으로 데려왔다. 작가들이 지중지하며 곱게 내놓 이 책들은 이제는 나에게로 와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나의 책장에 가지런히 꽂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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