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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보라 Oct 19. 2020

11월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읽고

 햇살이 싸늘하거나 따뜻하게 비치고 붉거나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한낮에는 한없이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해가 짧아져서 금세 어두워지는 저이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바로 가을이다. 커지는 일교차처럼 마음이 괜히 몽글몽글한 가을에 계속 꺼내어 보게 되는 시가 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11월>’     


 가을을 이렇게 잘 표현해준 시가 있을까.

‘돌아가기에는 너무 왔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그리고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다’ 이 두 문장은 약간의 무기력에 빠진 나를 토닥여준다.


 늦었을 수도 있다. 아마 늦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사랑할 기회는 남아 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 더 내 주변의 것들을 아껴주고 사랑해줄 시간은 충분한 시간이 바로 가을이다. 1월부터 주변도 살펴보지 않고 달려오지 않았는가. 지금은 주위에 피어 있는 장미들을 발견하고 살펴줄 시간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나태주)는 86쪽에 실려 있는  ‘11월’이라는 시를 갖기 위해 처음으로 산 시집이다.  제목부터 파란색 양장본인 표지까지 마음에 쏙 들어서 가장 잘 보이는 책꽂이 칸에 꽂져 있다. 남은 한 해를 11월을 보듯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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