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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보라 Oct 28. 2020

마무리 글을 쓰며

에필로그


 몇 번이나 마무리 글을 쓰는 순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이 오기는 온다는 게 신기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올해 7월 경이고 마무리를 하는 지금이 10월 말이니 꼬박 세 달 동안 나는 글을 쓰는 일에 폭 파묻혀 있었다. 글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쓰고 퇴고하는 일은 분명 너무도 즐거운 일인데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글을 쓰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목표 분량까지 써낸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글을 써낸 나 자신보다 더 대단한,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준 분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어느날 자려고 누웠는데 이십 대가 끝나가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흔히 이십 대는 인생에서 정말 좋은 시기이며 다시는 오지 않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 가장 빛날 시기이기 때문에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된다고 한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 좋은 시기를 하나도 특별하지 않게 눈에 띄지 않게 흘려 보내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허무함이 밀려왔고 슬퍼졌다.


 그래서 나의 이십 대를 지금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누구보다 예뻤던 시기였으니까. 평범하게만 흘러가는 일상들을 잡아서 느꼈던 감정들을 시간 순서대로, 혹은 역순행적으로 되짚어 보면서 서사를 담아냈다.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썼던 글들을 쭉 읽어보니 내 이야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지런히 담긴 것 같아서 뿌듯하다.


 살면서 책 한 권은 내고 싶었고 그게 이십 대가 지나기 전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 출판 클래스를 올해 8월 경에 수강했었다. 어떤 책을 내고 싶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하자 에세이는 쓰면서도 끊임없이 내가 써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도 아닌데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쓰면서도 납득이 되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가 읽어주기는 할까? 이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심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다른 사람도 느꼈을 거라며,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거라며 끊임없이 나를 설득시켰다. 실제로 한 사람이라도 내 목표대로 나의 글이 위로가 되었다면 나는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나는 이십 대의 대부분을 잠을 자고, 떡볶이를 먹었으며, 책을 읽었다. 잠, 떡볶이, 책은 너무나도 흔한 소재이지만 그 속에 담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감정과 추억은 다 다를 것이다. 내 추억은 이러했는데, 이 글을 읽은 당신의 추억도 너무나 궁금하다. 평범해보이는 이 순간들도 다시 없을 특별한 순간임을 믿는다. 특별한 시간을 내주셔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감사를 보냅니다. 덕분에 나의 이야기를 잘 담았습니다 :)


2020년, 10월 말 연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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