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의 50일 언저리에서

부모의 자리를 보다

by 한여름


'나의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문득 든 하나의 의문은 아이의 자람에 대한 나의 역할을 되새겨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꺼내어 본 것은 아이를 기르는 육아의 숲에 들어섬과 동시에 수많은 생각과 물음들이 나를 향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고작 50일이 된 아이를 기르면서도 나의 시선은 그리고 마음은 오직 아이에게로 사로 잡히고,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또 생각한다. 모든 일상이 그리고 일상 그 이면의 것들까지 모조리 아이로 가득 찬다. 막 50일을 지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된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다지 이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은 우리가 아기를 품기 이전에 갖춰야 하는 첫 번째 준비는 ‘양육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인지도 모른다.


잠이 든 아이를 보고 있으면 그런 두려움이 밀려온다. '온전한 한 인간으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한 인간을 그렇게 오롯이 길러 낼 준비가 되어있는가.' ' 과연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 나는 이 작은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길러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 걸까.'


생각해 보면 나는 꾀 오랫동안 한결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남편을 처음 만난 날 이상형을 묻는 남편에게 나는' 건실한 사람'이라 답을 했다. 남편은 건실하다는 건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느냐 되 물었고 건실하다는 건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을 말하며 건강하다는 건 몸뿐만이 아니라 생각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물음에 내가 했던 대답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늘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던 작은 바램. 그런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고, 또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몸이 건강한 것, 생각이 건강한 것, 마음이 건강한 것, 그것이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믿었고 주어진 일, 맡겨진일에 사명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이고 싶었다. 20대에 이 같은 생각을 품은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을 만큼 좋은 방향이었다. 그때 다져진 내 삶의 방향은 30대 후반을 걷고 있는 지금의 여전한 가치관이자 삶의 방향이다.


50일의 아이를 바라보며 들었던 끝이 보이지 않던 물음에서 나는 그 말을 다시 떠올렸다.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건강한 생각을 하고, 건강한 가치관을 품은 인간으로 성장한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성실한 사람은 주어진일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내가 옳은 일에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그 자체에 감사할 줄 알아야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 해 질 수 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아이로 길러 낼 수 있을까.


이제야 한 인간을 길러내는 일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밀려든다. 아이의 50일 언저리에서.

keyword
이전 02화이제 막 출산을 한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