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딸이잖아
엄마가 된 나는,
걱정이 많아졌다.
요 근래 잡고 서서 발을 떼기 시작한 아이는 언제나 위험함을 무릅쓴다. 내면에 있는 모험심을 모두 꺼내 보일 요량인지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언제나 널을 뛴다. “그만해” “하지 마” “안돼”라는 말 대신 “조심해” “잘 잡아” “잘 보고 해”라는 말로 아이의 도전을 조금이라도 덜 방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마음만큼 쉽지가 않다.
10개월이 된 아이가 이유식 거부에 들어섰다. 돌 전 후로 대부분 겪는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했고,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먹지 않는 아이의 입을 보며 애가 탔다. 획하고 돌리는 고개가 어찌나 야속한지. 어릴 적, 지독한 편식에 입이 짧았던 나를 기르신 엄마에게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도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었다. “너 닮은 딸 낳아서 고생해봐”라는 말을 엄마는 내게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진짜 고생 중이다. 생고생. 이렇게도 줘보고 저렇게도 줘보고, 행여나 먹을까, 한입이라도 더 먹어줄까, 그 입만 쳐다보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내가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다 써버리는 사이, 엄마는 나를 향한 걱정으로 온 시간을 쓴다. 자꾸만 말라가는 딸을 보며, 당장 모유를 끊으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자꾸 먹여서 어쩌려고 그러냐고, 엄마 영양분 다 빨아먹는다고, 늦을수록 끊기 더 힘드니 그냥 끊으라고. 자꾸 미적거리는 내가 엄마는 그저 야속하기만 한 듯. 자꾸 마르는 내가 엄마는 마음이 아픈가 보다.
이제 몸조리도 다 끝난 딸에게 엄마는 여전히 국이며, 찌개를 얼려 보낸다. 반찬 할 때 쓰라며 당근을 채 썰어 보내고, 버섯을 다듬어 보낸다. 찌개에 넣어먹을 해산물을 다듬어 얼려서 보내고, 마늘을 정리해 보낸다. “애 봐도 밥은 챙겨 먹어야지, 이거 하나 꺼내서 녹여서 먹어. 맨 밥 먹지 말고.” 엄마는 아는 거다. 이맘때쯤의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 얼마나 밥을 굶는지, 아이를 챙기느라 자신의 끼니를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으리라. 그래서 더욱 마음이 쓰이는 것이리라. “국이라도 하나 있으면 밥 잘 넘어가잖아. 밥 차리기 귀찮다고 굶지 말고 이거 꺼내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꼭 먹어.”
딸이 굶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그 때을 너무도 잘 알아서, 그래서 딸이 안쓰러운 엄마.
내 딸만 내려다보는 딸. 그 옆에 자신의 딸만 보이는 엄마. 어느새 엄마가 된 딸과 그 딸을 한 평생 사랑한 엄마.
우리 딸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그때 나도, 내 딸에게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을 주어야지.
“손녀도 좋지만, 너는 내 딸이 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