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익숙해진 저가항공의 연착과 생각보다 길어진 네덜란드 공항의 입국 심사 덕에, 내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한 시점은 해가 이미 조금씩 지평선 뒤로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중앙역에 처음 내린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중앙역 앞에 위치한 운하였다. 베네치아 정도의 운하를 예상했는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베네치아의 인공성을 훨씬 뛰어넘는 바다와 같은 운하였다. 그 풍경은 공항에 내려서 긴 입국심사 줄을 기다리면서도 했던 고민 - 이렇게 즉흥적으로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맞았을까 - 을 단번에 종식시키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비단 아름다운 운하만은 아니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내 코를 자극했던, 그 진한 대마 냄새 역시 나를 놀라게 했다.
처음 중앙역에 내렸을 때만 해도, 나는 길고 긴 유럽의 여름을 믿고 있었다. 내가 여행을 떠났던 5월에만 해도 암스테르담의 일몰 시간은 이미 오후 9시 40분 즈음이었으며, 해가 완전히 지려면 적어도 11시 언저리는 되어야 했다. 그러나 처음 들어간 골목에서 맡은 진한 대마의 냄새는 내가 지금 이 네덜란드의 밤거리를 혼자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심지어 홍등가도 있다는 그 도시를!!) 홀로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그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두려움이 앞섰고, 도시 구경을 이어가는 대신 빠르게 숙소로 귀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던 ALE-HOP에서 급히 산 저녁 겸 야식. 처음에는 분명 귀가가 늦어질까 봐 마트에서 사 먹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이동에 용이(??)해서 애용하게 되었다. 혼자서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갈수록 빈약해지는 식사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시내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40분 남짓의 거리.
단 한 번도 그리 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 거리가, 문득 내가 혼자서 걷고 있음을 자각한 순간 천리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때 이 길을 걸으며 내가 퍽 안일했음을 깨달았던 것 같다. 40분이라는 시간이 걷기에는 긴 시간이 아닐지라도,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꽤나 긴 시간이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숙소를 가는 길에 펼쳐진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꽤 멋졌다. 조금씩 변해가는 하늘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도시의 분위기 역시.
그리고 마침내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즈음 도착한 나의 숙소. 이곳에서 시작하는 나의 암스테르담 기행은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