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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 머리 앤 Dec 03. 2020

이상적인 공동체주의 사회를 위하여

공동체주의 사회 한국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이 선전하는 이유

다른 사회에 비해 두드러지는 한국 사회만의 특징이라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 사회의 구성 측면에서는 아마 ‘공동체주의 사회’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이와 같은 특징은 역사, 문화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유교 문화가 바탕이 된 촌락 문화, 농경 생활과 협동 관행, 우리성-정관계에 바탕을 둔 대인 관계 등에서 그 예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는 완전한 공동체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곁’보다는 ‘편’만이 존재하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 사회를 완전한 공동체주의 사회라고 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굳이 멀리서 그 예시를 찾지 않아도, 학생들의 생활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도 일그러진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건의가 전달되지 않아 교육청이라는 폭로 기관을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한 모습은 이의 전적인 예시이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단속사회'의 저자 엄기호는 한국 사회를 단속 사회로 정의한다.


단속: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것. 또는, 그리 되게 하는 것. 연속과 연결의 반의어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소통이 바탕이 된 이상적인 공동체주의 사회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나'가 먼저 나온 뒤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 안에 수많은 우리를 가진 존재인 개인이 존재하는 사회, 편이 아닌 곁을 만드는 사회, 소통을 통한 연대 의식을 회복한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보다도 사회의 유기체로서 더 많은 의미를 갖게 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주의 사회 말이다.      


그러나 과연 소통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이상적인 공동체주의 사회가 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소통‘이 매우 중요한 키워드인 것은 틀림없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와 실천에 있어서도 본질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동물”이라며 인간의 공동체주의적 성격을 강조한 덕 윤리 사상가 매킨타이어의 사상에 완전한 반대를 주장하는 이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점점 공동체주의에 바탕을 둔 사회 분위기에 지쳐가는 것 같다.

     

2015년도에 출판된 책 ’개인주의자 선언‘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경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공동체주의라는 한국 사회의 프레임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개인주의‘를 추구하게 되었을까? 역설적이게도 이상적인 공동체주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정확히 확립하고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도 이의 필요성에 대해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다. 1강의 제4장 ‘사생활의 종언’에서 저자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개인의 자유‘, ’사생활‘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소통과 연대 의식의 회복에 대한 문제보다도, 현대 사회에서 완전한 사회가 구성되지 않고 단속사회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들이 개인의 정체성 확립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사회와 개인이 단절되는 공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우리는 다른 이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SNS는 개인이 타인과 분리될 수 있는 시간을 더더욱 앗아간다. 현대 사회의 단속은 개인 사이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너무 많이 ’연결‘ 즉 지나친 연속이라는 것이다.      


소통과 연대의식이 생기려면 일단 개인의 정체성 확립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적절한 사회와의 단절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뭘 얘기하고 싶은지, 남한테는 뭘 기대하는지, 나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개인이 정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소통과 연대의식이 생기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는 개인이 사회와 단절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는가?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만 여기고 개인으로서의 개인의 존재를 무시해오지는 않았는가?     


단속사회의 저자는 독립된 개인의 존재를 부정하며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가 공적인 문제로 전환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독립된 개인이 있어야 그 개개인이 모여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들은 사회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만 인지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능동적으로 사회를 바꾸고 결국 합리적인 공동체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소통보다도 그 이전에 우리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출현이다. 개인이 개인다울 때만, 개인이 이루는 사회가 진정으로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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