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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감 Jul 06. 2021

체온

무덥고 습한 여름이다. 비가 내려 열기를 식혀주나 싶었지만 얼마 못 가 그쳐버렸고 공기 중에 수분기만 남긴 채 다시 후텁지근해졌다. 여름은 이랬었지. 이래야 여름이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그의 짙은 밤색 눈동자에는 무더운 여름을 잊은 가을이 있었다. 비로소 나와 마주친 그의 눈에서, 나는 여름의 시작을 앞두고 피어나는 봄을 보았다.


나는 살결이 따듯한 편이지만 그의 경우는 서늘하다. 그래서 그는 종종 우스갯소리로 자신은 살결이 차가운 만큼 마음은 따듯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마음이 쌀쌀한 사람이라고 새침하게 덧붙이는 걸 보고 있으면 오히려 가슴 한편부터 데워지는 것을 그는 알까.


그의 서늘한 살결에 기대 내 열기를 식힌다. 덥다고 질색하며 몸서리치지만 그는 여전히 내 팔에, 내 품에 담겨있다. 그와 나의 체온 그 가운데 즈음으로 서로를 맞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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