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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멘텀 Apr 15. 2023

내담자로서의 이야기와 경험

다양한 상담자로부터 얻게 된 치유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 건 바로 내담자의 자리에 앉았을 때다. 푸른 바닷가에 앉아 마음속 파랑새를 자유롭게 날려 보내는 것처럼 가슴이 탁 트이는 경험이었다.





일주일이 기다려졌다.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했다. 이야기를 하고 나오면 날아갈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영혼이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어느 곳에서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상담실에선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내담자라는 위치는 세상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은 순수한 아이처럼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자리다. 평안함과 안정감도 느낄 수 있었다.


상담실 안에선 날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다. 탐탁지 않은 시선, 못 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도 없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마음에 억누른 이야기를 표현했다. 충만해짐을 느꼈다. 상담실을 나와서도 얼얼하면서 충만함이 가득했다. 그 기분은 하루 동안은 온전히 지속이 되었다. 한 주를 보낼 에너지를 가득 채운채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만히 앉아 나를 바라보는 상담자의 시선을 통해 안정감을 느꼈다. 나를 향해 마음을 맞추고 있는 한 사람을 통해 많이 취약해져 있는 존재감이 평안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스스로도 느끼지 못했던 존재감이 상담자의 시선을 통해 또렷해진 것이다. 상처로 얼룩져서 갔는데 오히려 아픔은 중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곳에 머무는 것 자체로 이미 괜찮아졌으니.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상담자를 통해 '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은 공간에 나만을 위해 에너지를 쏟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다양한 상담자를 만났다. 내향적이면서 마음이 촉촉해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 톡톡 튀는 밝은 성향으로 말하기를 좋아하시던 분, 전문 상담가로서 자신 만의 기법으로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애쓰며 상담을 이끄셨던 분, 실력가이면서 권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자유로운 영혼을 건드려 주어던 분들을 만났다. 정말 감사한 경험들이다.


각기 다른 치유와 경험을 얻었다. 억누른 감정을 표현하니 답답함이 사라졌다. 무섭고 불안한 과거가 잘못된 인식으로 커져버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알고 나니 그 부분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졌다.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은 해맑은 아이가 된 듯, 어느 날은 펑펑 울음을 쏟아내는 아이가 된 듯.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성취한 것, 노력한 것, 미래의 꿈을 이야기했다.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고 직업도 가지는 체험을 해봤다.


만약 당신도 상담실에 머물 일이 생긴다면 그 공간을 아주 자유롭게 활용을 해보길 권한다. 상담사는 내담자를 위해 존재하니까. 바깥에서는 머뭇거리며 할 수 없는 표현들을 한 번 시도해 보라. 상담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수용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들은 이미 훈련이 된(또는 훈련 중인) 전문가들이니까 상담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보다 수용적인 것은 맞다. 내담자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상담사다.


내담자의 자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할 수도 없다. 바깥세상과의 비교와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꽉 찬 마음을 안고 살았던 나였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상담실이었다. 내담자의 자리에 앉지 않았다면 담자의 자리에도 앉을 수 없었을 거다. 취약함을 자유롭게 드러냈던 첫 상담의 순간에 감사를 표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내담자의 자리에 스스로를 두었던 것,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여정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앉고 있고, 앉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상담실은 엄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도 아니고 내담자를 무서운 눈으로 지켜보는 상담자가 있는 도 아니다. 자신을 찾은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과 실력을 내어줄 사람이 있는 곳이다. 자신을 치유하고 성장시킨 경험으로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열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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