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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현 Nov 13. 2021

17) 강릉 단오제

- 강릉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2부)

 강릉 단오제에 관해서는 카페 직원의 입을 통해 자주 들었다. 강릉 주민들이 신주빚기를 위해 쌀을 봉정한다는 이야기, 단오장이 열리면 남대천에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린다는 이야기, 단오제 기간 동안 푸드 트럭과 파전 막걸리를 파는 노점상, 각종 탈것과 볼거리가 즐비하다는 이야기 등 말이다.


 6월 초, 오랜 기다림 끝에 단오장이 열렸다. 우리는 화요일에 남대천으로 갔는데, 광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간신히 인근 공영 주차장에 주차한 후 단오장으로 들어섰다. 이른 저녁 시간이었지만 행사장은 곳곳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디스코 팡팡, 서커스, 바이킹, VR 게임장 앞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놀이기구 건너편에는 하얀색 천막 아래로 주점을 차린 가게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아니 이런 곳에 디스코 팡팡이라니? 게다가 바이킹? TV에서만 본 서커스 공연??? 내년이면 2020년인데, 어떻게 어릴 적에나 봤던 놀이기구가 버젓이 남아있는 거지? 단오장은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시선이 가는 곳마다 흥미로운 것 투성이었다. 마치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새미랑 '이건 뭘까? 저건 뭘까?'하고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30분 정도 걸어 다니자 슬슬 허기가 진 우리는 우선 가볍게 배를 채우기로 했다. 마침 근처 푸드트럭에서 파는 타코야키를 주문했다.


 타코야키는 맛있었다. 밀가루 맛이 안 나도록 안쪽까지 잘 구웠고, 가쓰오부시(가다랑이포)와 마요네즈, 케첩 등 소스도 적당한 양이 들어가 먹기 편했다. 다만 타코야키임에도 불구하고 문어가 절반 정도밖에 안 들어간 점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었다. 타코야키를 주문했는데 의도치 않게 풀빵을 먹은 순간이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허기를 달랜 뒤, 옷 가게와 잡화점 장소로 향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외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이었다. '강릉에 외국인이 이렇게나 많이 살고 있었나? 왜 그동안 안 보였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온 행상인일까?' 앞으로 나아가자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그들의 전통 의상 판초를 입고 타르카(라틴지역 전통 악기)를 연주했다. 남대천 앞 해가 저물어갈 무렵에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와 그들의 춤사위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음악을 감상했다. 멋있다. 세계사 책을 즐겨 읽었을 때 마야, 잉카 문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언젠가 페루를 가 보고 싶었는데, 고대 잉카 문명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들의 화려하고 흥겨운 연주를 들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거리에는 부모와 자녀, 연인, 동성 친구, 할머니와 손자 등 너 나 할 것 없이 저마다 가게를 구경했다. 잡화점은 물론이고 먹거리 상점에도 인파가 가득했다. 어느 지점은 사람이 너무 많아, 새미 팔목을 꽉 쥐고 헤쳐 나갈 정도였다. 단오장을 한 바퀴 돌은 우리는, 처음에 마주쳤던 주점 거리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메뉴와 가격을 살펴봤는데, 막걸리에 감자전, 메밀전 전부 엇비슷한 메뉴에 가격대였다. 그중 우리는 초당 성당의 주점에서 막걸리와 감자전을 주문했다. '성당에서 주점을 열다니?' 하지만 천주교가 술을 금기시하는 종교도 아니고, 먹거리를 판매한 금액으로 자선단체에 기부 또는 운영 자금으로 쓰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단오제니까,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 그래 오늘은 강릉에서 가장 큰 축제인 단오제 축제날이다. 각기 다양한 연령층, 인종, 직업군이 한마당에 모여 어울리는 장이었다. 남대천에도 어둠이 짙게 깔리고, 분위기는 단오제에 달린 전등들처럼 더더욱 달아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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