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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꾸 Jun 21. 2023

읽을 수 없는 책

지방에 변두리 곳곳에는 살기 좋은 집이 있다.

저택 처럼 커다랗고, 앤티크한 가구들이 있는 집.

작은 마을에 건너건너 집이 있는 탓에 누가 사는지 안 사는지 잘 모르는 그런 집.


[앤티크한 집 안, 골동품이 많다.]


"엄마! 책 읽어주세요!"

"야~소원아 다 큰 애가 아직도 책읽어 달라고 하면 어떡하니~ 책장에서 하나 골라서 읽어~!"

"네 알았어요~"

소원이는 작은 방 안의 책장으로 향했다.

소원이의 키를 두배는 훌쩍 넘는 크기에 책장에는 무수한 책이 꽃혀있다.

어릴적부터 어머님이 매일 같이 책을 읽어주신 탓에, 낮은 높이의 책장에는 소원이가 흥미를 가질만 한 책이 없다. 그래서인지 소원이의 눈은 책장 위를 향한다. 그 중에도 책장 맨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책. 소원이의 가슴 깊은 속에서부터 호기심이 요동쳤다.


소원이는 방 책상에 있는 의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언가 특별해 보이는 책을 보고싶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의자를 옮긴 소원이는 의자위로 올라가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책. 소원이는 까치발을 세워 손을 쭉 뻗어본다.


'툭.. 툭..!'


힘겨운 손가락질에 책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소원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떨어진책을 들어 올려 책을 펼쳤다.

"어..?"

인사말도, 목차도, 내용도 아무 것도 없는 백지의 책.

책의 페이지는 모두 흰색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소원이는 책에 조금의 내용이라도 있을까하 하며, 페이지를 하나 둘씩 넘겼다.


한 두 페이지 넘겼을 때 즈음 책의 종이가 환하게 노랗게 빛나며 찢어지기 시작했다.

점차 페이지는 전부 찢어져 노란 빛을 띄며 방 안을 잔뜩 휘날렸다.


소원이가 당황하며 발을 뒤로 주춤거릴 때, 날아다니던 노란 페이지 중 한 장이 소원이의 손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페이지의 중간에서 글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지금 써내리고 있는 것 같은 글씨.

글씨는 점점 페이지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환영해 소원아, 오래동안 기다렸어, 우리 드디어 만나겠구나.]


소원이는 화들짝 놀라 종이를 떨어트렸다.

'뭐지..? 어떻게 책 속에서 내 이름이 나타나는 거지?'

소원이는 방문으로 달려가 거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철컥 철컥]

문은 잠긴 듯 열리지 않았다. 소원이는 힘껏 소치렸다.

"엄마!! 엄마!! 문열어주세요!!"

하지만 문 밖에는 아무 기척이 없다.

소원이는 서서히 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 안을 잔뜩 휘날리고 있는 노란 종이 중,

방 중간에 떨어져 있는 책에는 특히 더 노란 빛이 나고 있었다.

소원이는 너무 두려웠지만, 무엇인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원이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온 주위를 경계하며 종이으로 다가갔다.

반짝이는 종이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따스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주변을 휘날리는 따스한 의 기운,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분위기에 소원이는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종이를 집어 들었다.


소원이가 종이를 들자, 찢어진 페이지 아래쪽으로 문장이 나타났다.


[나는 내내 너를 기다려왔어, 어서와 나의 친구여]


찢어진 페이지에 문장이 퍼짐과 동시에

책장 중간이 양 옆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드드드드득..]


암흑.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문 뒤의 암흑에

소원이는 뒷걸음질 친다.


하지만, 방 밖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갈수도 없다.

소원이는 본능적으로 암흑 속으로 걸어가야함을 안다.

하지만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그 때 책장 사의의 어둠에서 털달린 굵은 팔이 튀어나와 손을 내민다.


'헉, 따라가야하나'


소원이는 두려움을 무릎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암흑 속으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소원이는 암흑 속에서 튀어 나온 털이 무수한 팔을 잡고,

어디로 도착할지 모를 암흑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소원이가 사라진 방 안에는 찢어진 책들의 잔해만이 가득 했고,

종이에는 그 어떤 글씨도 쓰여있지 않았다.


[읽을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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